화술 전문가가 본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담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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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사이언스2016-12-02 09: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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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1월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YTN 캡쳐, 포커스뉴스 제공
대통령은 ‘말’로 정치한다는 얘기가 있다. 리더에게 언어 표현능력은 여러 의미로 중차대한 역할을 한다. ‘말로 천 냥 빚 갚는다’는 속담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리더의 스피치 스킬 부족은 ‘재앙’을 부른다는 것을 우리는 삶에서,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 '휴먼리서치'가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 따르면 11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에 대한 만족도가 약 20.3%인 것으로 조사됐다. '불만족한다'와 '잘 모름'은 각각 73.3%, 6.4%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이번 3차 대국민담화는 ‘대국민 담와(듣는 사람 혈압을 높여 뒷목을 잡게한다는 인터넷 신조어)’라고 불릴 정도로 국민과의 불통지수만 상승시켰다. 이번 담화에서 박 대통령의 관심은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됐다. 국가가 혼란에 빠져있어도 자신의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는 내용과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며 동정을 호소하는 것으로, 철저하게 ‘I-Message’였다. 화술 전문가들은 ‘I-Message’ 방식이 불통을 해소시켜주는 ‘만능열쇠’가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이런 발화기법은 다수의 청자로 하여금 ‘너만 아프냐, 우리는 더 아프다’라는 공분을 자아낼 수 있어, 남발하지 말라고 조언을 한다. 대화법을 강의하는 필자는 박 대통령의 담화에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뽑아낼 수 있었다. ‌‌1. 공감 능력 부재 “저는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를 외치며 거리로 나오는 상황인데, 여전히 본인의 정치인생을 회고하며 자아도취에 빠져있다. 주연이 되고 싶어 하지만, 정작 본인은 타인에 대해 별 관심이 없음, 즉 공감능력의 부재를 드러낸다. 2. 사건의 핵심 파악 못해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 검찰이 대통령을 ‘피의자’로 판단하고 있고, 여론 조사와 언론 보도에서도 최순실 국정개입으로 경제적 피해와 국민혼란이 야기됐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의 사적 이득을 취하지 않음을 떳떳하게 주장한다. 이 모습에서 문제의 핵심을 잘 못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3. 논리적 사고력 부족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입니다." 담화에는 ‘죄는 없는데 죄송하다. 사퇴할 마음은 없지만 퇴진시켜 달라’는 모순된 뉘양스를 보인다. 이는 실제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억지로 떠밀려 말하는 모습이다. 만일 이 말이 진심이라면 현재의 문제를 인식하는 상황판단이 능력 떨어지는 것이다. 논리적 사고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4. 객관적 분석 거부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담화를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거부했다. 상황 인식이나 문제점 파악, 거시적 관점에서의 통찰력과 이해가 부족한 사람은 타인의 객관적 분석을 두려워한다. 질문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질문을 무서워하는 것이다. 5. 책임전가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모든 상황은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즉, 문제의 주인공은 바로 박대통령이다. 해결 방법을 고심하고 직접 의사결정 해야하는 상황임에도 결국 논란만 키우고 해결은 타인에게 전가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6. ‘나와 타인’의 간단한 이분법 전체적으로 보면 박대통령은 자신이 말하는 콘텐츠에 따른 파급효과를 예상하지 못하며, 마치 자신은 순수하고 대중은 내 메세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답답한 존재라고 인식하는 듯하다. 7. 내용 파악 미숙 대통령의 평소 말하는 속도 및 말투가 이번에 담화 원고를 읽을 때와는 차이가 난다. 평상시 원고를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서 읽는 습관이 있다. 기본적으로 다음 문장에 대해 예상하지 못하고 원고 숙지가 덜 되어 있을 때 실수를 막기 위한 방법이다. 8. 권위의식 이번 담화 뿐 아니라, 이전의 대국민담화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권위의식’이다. 약속을 스스로 어겼으며, 세 차례 모두 질문을 거부했다. 화자가 광범위하거나 모호한 표현을 써서 상대방에게 해석을 지레 짐작하게 하는 방식은 굉장히 공포적이고 위압적이며 다소 폭력적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매끄러운 소통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권위를 생산한다. 권위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부여하는 것이다. ‌※ 필자소개 천호림. 스피치 칼럼니스트. <대화의 비밀> 저자. 기업과 대학에서‘말’로 인간의 심리와 숨겨진 의도를 분석하고 강의하고 있으며, 직접 세일즈를 하며 자신이 말한 설득법을 결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www.facebook.com/war2ex‌‌‌★그리고...VODA의 추천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