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 외치던 주문 손끝으로 톡톡 치면 끝!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01 10: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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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가 전자 메뉴판 인기
29일 서울 서초구 포차팩토리에서 전자 메뉴판으로 주문을 하는 손님들. 종업원과 마주치지 않고 주문할 수 있는 전자 메뉴판은 주로 혼자 식사를 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메뉴판 주세요.” 직장인 박성민 씨는 친구들과 함께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 술집을 찾았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려고 했는데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종업원을 큰 소리로 불렀다. 종업원은 테이블 한구석에 놓인 태블릿PC를 가리켰다. 태블릿PC를 터치하자 메뉴가 떴다. 박 씨는 “메뉴에 술과 안주 사진이 모두 나와 있어 선택하기가 쉬웠다. 말하지 않아도 주문까지 가능해 신기했다”고 말했다. ‘빈자리를 찾아 앉는다→메뉴판을 보고 음식을 고른다→서빙을 하는 직원을 부른다→주문할 음식을 말한다→직원이 주문 음식을 외우거나 적어 주방에 말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 5단계의 과정이 이젠 ‘빈자리를 찾아 앉는다→메뉴판을 보고 음식을 고른다’는 2단계로 줄어든다. 전자 메뉴판 덕분이다.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전자 메뉴판은 국내에 4년여 전에 처음 등장했다. 테이블에 비치된 태블릿PC 등을 조작해 음식을 고르고 주문을 하면 주방과 카운터에 주문 내용이 전송되는 방식이다.

일본, 유럽에서 전자 메뉴판으로 주문하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자주 메뉴가 바뀌는 와인바와 회전초밥 식당에서 많이 사용한다. 아임메뉴 제공
사진을 비롯한 음식에 관한 풍부한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자 메뉴판 사업체인 아토즈소프트 아임메뉴의 서호진 대표는 “메뉴가 바뀔 때 쉽게 수정이 가능하고, 외국어로 쉽게 전환할 수 있어 이탈리아 프랑스 등 서구 식당에서 많이 활용된다”고 밝혔다.

좌석 수가 많은 대형 매장도 전자 메뉴판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포차팩토리는 3년 전부터 전자 메뉴판을 사용하고 있다. 김광호 점장은 “처음에는 사용 방법이 낯설어 당황하거나 신기해하는 손님이 많았다. 현재는 주문 외에도 부킹 등 다양한 기능으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면서 전자 메뉴판은 점차 늘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서 대표는 “외식업계는 1인 메뉴, 1인 공간에 집중하면서 전자 메뉴판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1인 가구가 많은 일본에서는 전자 메뉴판이 많은 식당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타인과의 대면 접촉을 기피하는 20, 30대들은 전자 메뉴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이미 음식 배달업계에서는 전화 통화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주문이 월등히 많다. 직장인 박상욱 씨(36)는 “혼자 식당에 가서 식사하는 것은 큰 부담이 없다. 하지만 종업원을 불러 음식을 주문할 때 눈치도 보이고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어 전자 메뉴판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사이버대 외식프랜차이즈 MBA의 김용갑 교수는 “중장년층은 여전히 전자 메뉴판에 대한 거부감이 높다. 하지만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하는 것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문자메시지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전자 메뉴판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몇 년 뒤 식당에서 “아저씨, 여기 김치찌개 2인분요”라고 주문을 외치는 소리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