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하면 후련하겠지만…5년 뒤 우리나라 모습은?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01 10:5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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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였다. 국회가 일정을 정해주면 따르겠다는 것이니 하야의 의사 표시라고 이해한다. 시한을 정하지 않은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나 본인이 일정을 정하면 다시 논란이 있을 것을 염려한 때문이라고 선의로 이해하고 싶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은 있으나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완화할 수 있는 물꼬는 튼 셈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지금 하야인들 진정성을 얼마나 믿어줄 것인지가 걱정이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한 불확실성 가운데 하나를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문제는 정치다. 지금과 같은 국회에서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인지 회의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치력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국회에 그와 같은 합의를 요구한 것은 대통령의 꼼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그만큼 국회에 대하여도 불신이 적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의 담화와 상관없이 탄핵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야당은 주장한다고 한다. 하야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고 탄핵은 타의에 의해 물러나는 것이니 법적인 효과도 다르고 국민이 느끼는 후련함도 다를 것이다. 그러나 탄핵은 불확실성을 미래로 연장하는 것이고 질서 있는 퇴진은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제거한다는 의미에서 하야를 택하고 싶다. 더욱이 하야가 면죄부는 아니지 않은가. 특검에 의해 죄가 확인된다면 퇴임한 대통령이라고 감옥에 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런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여야는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소위 친박이라고 불리는 인사들은 대통령을 국민 위에 놓는 행태를 중지하고 여야 합의에 협조하라. 비박이라고 불리는 집단은 지금까지 대통령에게 당한 수모를 잊고 어떤 선택이 국익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라. 야당은 이제 그만 즐기라. 그대들의 웃음에 시드는 민초들을 생각하라. 기회가 왔으니 당이나 대선주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며 처신해 달라.

내우외환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외경쟁력이 나날이 추락하고 있는 지금 경제가 특히 그렇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법인세 인하 그리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였다. 우리의 불황은 깊고 깊은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자율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수출 환경은 나날이 열악해지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 등 우리의 경쟁국들은 법인세를 인하하는 등 경제 체질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는 정쟁으로 날이 새고,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국회는 법인세를 올리겠다고 한다. 국제적으로 또 대내적으로 이 지경인데, 지금 법인세를 올려 우리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될까. 도대체 우리 경제가 어떤 지경이고, 무엇이 경제이고 어떤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지 한 번이라도 생각은 해보았는지 묻고 싶다. 경제부총리 청문회는 왜 하지 않는 것인가.

대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만 하는 시점이 왔다고 본다. 진정성을 가늠하기 전에 대통령의 선언을 나라와 경제에 유리하게 활용하였으면 한다. 이 어두운 위기에 탄핵에 따른 식물 총리, 식물 부총리, 식물 내각이 오히려 대권 쟁취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면 뭔가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다. 나라를 안정시킬 생각 없이 이런저런 막말을 쏟아내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나. 여야는 대통령이 던진 제안을 소모적으로 낭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눈앞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자고 주장하지만 한 발짝 물러서면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5년 뒤 이맘때를 상상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이 체제에서 지금까지 여섯 명의 대통령이 있었다. 그들 가운데 누구도 임기 말년이 순탄하지 못했다. 그들이 모두 자격 미달이었을까. 그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시 우리는 실패한 대통령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의 정치여, 다시 실패한 대통령을 염려하는 민초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는가. 대통령을 하겠다고 이런저런 말을 쏟아내고 시위를 즐기는 인사들을 보면서 당신이 다음 불행을 짊어질 인사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자기 연민일지도 모르겠다.

조장옥 객원논설위원 한국경제학회 회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