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떠났지만… 멈추지 않는 ‘신데렐라 축구팀’의 꿈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2-01 09:15:08
공유하기 닫기
세계 축구계, 브라질팀 비극 추모… 결승전 상대 “우승컵은 그들의 것”
선수 무료임대 제안도 잇달아
꿈의 무대 앞두고… 6명 ‘기적의 생존’ 항공기 추락사고 전인 지난달 2일 브라질 프로축구팀 샤페코엔시 선수들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현지 축구팀 산로렌소와의 코파 수다메리카나 준결승 1차전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었다(위쪽 사진). 지난달 29일 추락사고 이후 샤페코엔시 수비수 알랑 후셸이 콜롬비아 라세하 지역의 한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라세하=AP 뉴시스 
거물급 스타 선수도 없었다. 연고지는 고작 인구 21만 명의 소도시였다. 하지만 팀은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똘똘 뭉쳐 강팀으로 변해갔다. 1973년 창단 후 첫 중남미 축구클럽 결승전에 참가하기 위해 비행기에 탄 선수들은 들떠 있었다. “꿈을 이루고 오겠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꿈에 그리던 결승 그라운드를 끝내 밟지 못했다.

 30일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외신들은 전날 항공기 추락 사고로 선수 대부분을 잃은 브라질 프로축구팀 샤페코엔시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콜롬비아에서 열리는 중남미 축구클럽 대항전인 코파 수다메리카나 결승전에 참가하기 위해 브라질을 출발하여 볼리비아를 경유해 콜롬비아 산타크루스로 향하던 이들은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15분경 공항을 불과 50여 km 앞둔 지점에서 참변을 당했다.

 구조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기체는 형체도 없이 일그러져 있었다. 몇몇은 가는 신음 소리를 냈지만 대부분은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77명의 탑승자 가운데 생존자는 6명(선수 3명, 승무원 2명, 기자 1명)이었다.

 식품공장이 밀집한 도시인 샤페코 사람들에게도 축구팀은 자랑거리였다. 10여 년 전 축구팀의 재정 상황이 어려워 문을 닫아야 할 처지였을 때 향토 기업들이 앞다퉈 지원에 나섰고, 선불로 보수를 지급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4부 리그를 맴돌던 팀은 차근차근 승격해 2014년 1부로 올라왔고, 지난해에는 준결승까지 가 ‘신데렐라팀’ ‘남미의 레스터시티’(영국 리그 돌풍 팀)로 불리기도 했다.

 비보가 전해지자 세계 축구계는 먼저 떠난 영웅들에게 경외의 마음을 전했다. 결승 상대였던 콜롬비아 아틀레티코 나시오날 팀은 샤페코엔시에 우승컵을 주기 위해 기권했다. 브라질 리그의 다른 팀들은 샤페코엔시에 무료로 선수를 임대해주고 향후 3년간 강등 규정에서 제외해줄 것을 제안했다. 사고로 선수들은 떠났지만 팬을 위해 팀은 남겨 둬야 한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축구영웅 리오넬 메시가 페이스북에 “사고를 당한 선수들의 가족과 친구들, 서포터스, 구단 관계자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밝히는 등 축구 스타들도 애도 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브라질 당국은 사고기의 블랙박스를 수거해 분석에 들어갔다. CNN은 “당국은 사고 초기 전기시설 결함을 사고 원인의 하나로 지적했지만 사고 현장에 화재 흔적이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연료 고갈로 인한 추락설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