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캐 좀 그만 벗겨라!” 성 평등 추구하는 온라인게임은?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6-11-29 14:37:21
공유하기 닫기
전쟁터에서 싸우는 전사라면 어떻게 무장해야 할까요? 급소를 보호할 수 있는 투구와 튼튼한 옷, 방탄조끼 정도는 기본적으로 필요하겠죠. 하지만 이런 상식도 게임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성 캐릭터는 튼튼해 보이는 전신 갑옷을 입고 있지만 여성 캐릭터는 ‘주요부위’만 겨우 가린 비키니 같은 옷을 걸친 모습을 여러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여캐의 방어력은 노출도와 비례한다’는 웃픈 농담까지 나왔을까요.





'서든어택2' 게임 화면
지난 9월 서비스 종료한 넥슨의 ‘서든어택2’는 여성 캐릭터를 성 상품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작품 중 하나입니다. 남성 캐릭터들은 방탄조끼나 긴팔 긴바지로 몸을 보호했지만 여성 캐릭터들은 허벅지가 다 드러나는 핫팬츠를 착용하고, 상의를 풀어헤쳐 가슴을 드러냈습니다. 급소 중의 급소인 배도 훤히 드러나 있습니다. 당시 게이머들은 “아무리 게임업계에 여성캐릭터 성상품화 풍조가 퍼져 있다고는 하지만 심했다”, “나도 예쁘고 섹시한 여캐 보는 거 좋아하지만 이건 아니다, 판타지 배경도 아니고...”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여성 캐릭터를 지나치게 ‘벗기지’않으면서도 매력적으로 연출한 온라인 게임은 없는 걸까요. 지난 28일 온라인 커뮤니티 ‘인스티즈’의 한 이용자는 ‘남녀 성평등 쩌는 게임’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려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판타지 14’를 소개했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남성 캐릭터와 여성 캐릭터가 모두 거의 같은 모양의 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물론 여성 캐릭터만을 위한 드레스나 남성 캐릭터만을 위한 턱시도 같은 옷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전투용 복장은 남성이 입든 여성이 입든 비슷한 모양으로 연출됩니다.  남녀 모두 벗을 땐 벗고(수영복), 입을 땐 입는(전신 갑옷) 연출을 보여줍니다.‌ '눈요기'를 위해 걷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하이힐을 신고 뛰어다니며 전투하는 여성 캐릭터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여성 미코테
특히 ‘미코테’라는 종족의 탄생비화를 보면 이 게임이 성 평등에 상당히 신경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머리에 동물귀가 달린 귀여운 모습이 특징인 미코테족은 애초에 여성만 있는 종족으로 기획되었지만 이후 남성 캐릭터도 추가됐습니다. 게임 프로듀서 요시다 나오키가 “여성 캐릭터밖에 없는 건 말도 안 된다”라고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남성 미코테
‌큰 키와 멋진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루가딘’족 여성 캐릭터 또한 요시다 프로듀서의 손을 거쳐 탄생했습니다. 그는 “보통 게임 시장에서 '강인한' 이미지는 남성캐릭터의 전유물이다. 이렇게 강인하게 생긴 여성 캐릭터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한 종족인데 루가딘 남캐만 있고 여캐가 없다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양성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라고 소신 있게 말했습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파이널판타지 14'는 성 평등에 민감한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었습니다.‌'파이널판타지 14'팀의 다음 목표는 특정 성별만이 착용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는 장비를 차츰 '양성 공용'으로 바꿔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여성의 원피스 수영복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바니 걸(bunny girl)'의상은 현재 여성 캐릭터만 착용할 수 있는데, 차후 패치를 통해 남성 캐릭터도 '바니 보이'가 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라네요. ‌‌팬들은 "파판(파이널판타지의 약어)에 성차별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요즘 온라인게임 중에서는 차별이 가장 적은 축에 든다", "여캐만 눈요깃감으로 소비되지 않아서 만족스럽다", "개발팀이 북미나 유럽 시장 이슈를 확실히 인식하고 있는 듯"과 같은 반응을 보이며 개발자들을 응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