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빌리티’의 시대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1-29 10: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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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인터내셔날은 라운지웨어를 전면에 내세운 ‘브이라운지’를 새로 선보였다(왼쪽 사진). 이마트의 자체브랜드 ‘데이즈’는 셔츠형 원피스 등 디자인을 강화한 실내복을 내놨다.

최근 회사원 김모 씨(29)는 한 패스트패션 브랜드 세일에서 맨투맨 티셔츠와 트레이닝복 바지를 여러 벌 구매했다. 김 씨는 “잠깐 집 앞에 나갈 때라도 후줄근하게 보이기는 싫다”며 “실내복도 낡으면 바로 새로 구매해 깔끔하게 유지한다”고 말했다.

목 늘어난 티셔츠, 무릎 나온 ‘추리닝(트레이닝복)’ 바지로 대표되던 실내복이 변화하고 있다. ‘라운지웨어’라는 새 이름을 입고 집 안에서 집 밖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패션 시장의 새 주류로 떠올랐다. 라운지웨어를 콘셉트로 한 신규 브랜드가 등장하는가 하면 대형마트와 제조유통일괄형(SPA) 패션 브랜드에서도 관련 품목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자체 패션브랜드 ‘데이즈’의 올해 라운지웨어(실내복) 부문 매출이 지난해 202억 원에 비해 55% 늘어난 310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28일 밝혔다. 올해 데이즈의 전체 매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4%로 전망되는 것과 비교하면 실내복 부문 매출이 유독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광택 있는 소재를 사용한 셔츠 형태의 파자마 등 디자인을 강조한 라운지웨어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김진모 이마트 데이즈 잡화팀장은 “요즘 소비자들은 ‘집밥’이나 ‘혼술’ 유행에서 알 수 있듯 나를 위한 소비에 적극적”이라며 “실내복에 유행 디자인을 접목한 제품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SI)에서 최근 선보인 브랜드 ‘브이라운지’는 아예 ‘원마일웨어’를 콘셉트로 내세웠다. ‘집 앞 1마일(약 1.6km)까지 외출할 때 입는 옷’이라는 의미다. 니트 소재의 바지와 티셔츠, 넉넉한 사이즈의 카디건 등이 주요 상품이다. SI에 따르면 브이라운지의 평균 상품 수는 120여 개로 다른 브랜드의 일반적인 가을·겨울 시즌 상품 수(300∼400개)에 비해 절반 이하지만 다른 브랜드 매장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매출을 보이고 있다. 브이라운지 마케팅을 담당하는 김주현 과장은 “일상의 매 순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하는 데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에 초점을 맞췄다”며 “특별히 유행에 따라 차려입지 않더라도 여전히 스타일리시해 보이고 싶은 욕구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는 속옷, 잠옷, 실내복 등을 통칭하는 세계 라운지웨어 시장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11% 성장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2014년 기준 세계 라운지웨어 시장 규모는 292억 달러(약 34조4560억 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집계했다. 또 2019년까지 추가로 16% 더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알렉산더 왕과 셀린느, 지방시 등 명품 브랜드들도 파자마 셔츠, 로브, 슬리퍼 등 라운지웨어를 응용한 ‘파자마 룩’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있어빌리티’(뭔가 있어 보이도록 자기를 연출하는 능력)라는 요즘 유행어에서 알 수 있듯 밀레니얼 세대는 혼자만의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이를 끊임없이 온라인으로 공유하며 남에게 보여주는 세대”라며 “대표적인 사적 상품이던 실내복도 외부에 보여줄 수 있는 공적 상품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