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4년째 길고양이와 평화로운 공존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1-29 10: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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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아∼ 얼른 내려와. 밥 먹어야지.”

22일 서울 강동구청 옥상에는 성내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이예은 양(11)이 고양이 먹이를 들고 의자 뒤로 숨은 ‘강동이’를 부르고 있었다. 이 양은 “주인에게 학대받은 고양이는 낯선 사람이 오면 잘 안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날 이 양 이외에 같은 학교 친구들인 홍지민 홍민주 양도 강동구청 옥상정원 쉼터에 있는 ‘길고양이’ 12마리를 돌봤다. 이 중에는 원래 주인이 있었지만 학대를 받아 오른쪽 눈을 크게 다친 고양이도 산다.



이곳에 고양이 쉼터가 처음 생긴 때는 2012년. 당직하던 구청 직원이 “길고양이 좀 처리해 달라”는 전화를 받으면서부터다. 주인을 잠시 잃은 반려견 반려묘와는 달리 길고양이는 주인이 없기 때문에 동물보호센터에 보내면 보름 정도 있다가 안락사당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지역 내 길고양이는 20만 마리로 추정된다.

길고양이들의 번식이 빠르다 보니 “아예 길고양이를 다 없애 달라”는 주민 민원이 거셌다.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뜯어 길을 지저분하게 하고, 따뜻한 곳을 찾아 차 밑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차 앞으로 뛰어나오면서 안전사고도 우려됐다. 발정기에는 우는 소리가 심해 “무섭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고양이는 한 해 3회 이상 임신하고 한 번 낳을 때 여러 마리씩 낳는다. 한 마리가 순식간에 10마리로 늘어난다.

그러다 이 지역에 사는 만화가 강풀 작가(42)가 아이디어를 냈다. 자기 영역을 떠나지 않는 고양이의 습성을 활용해 차라리 길고양이 급식소를 차리고, 모이는 고양이들을 잘 관리해 보자는 것이었다. 미우캣보호협회 회원들이 돌보기에 나서고, 강동구가 구청 공원을 비롯해 주요 장소에 급식소를 설치했다. 강 작가 역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었던 만큼 고양이와 사람들의 갈등을 풀어보고자 한 것이다. 그는 동물 복지에 써달라며 성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2013년 급식소 20개를 설치한 뒤 점점 늘려 2016년 현재 61개에 달한다. 따뜻하고 먹이도 있어 고양이들이 급식소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픈 고양이는 치료하고 돌봐 입양을 원하는 주민들에게 분양했다. 모인 고양이에게 중성화 시술을 함으로써 지나치게 번식하는 문제도 해결했다. 올해 7월에는 서울 자치구 중에서는 최초로 동물복지팀도 신설했다. 최재민 동물복지팀장은 “고양이 급식소를 통해 오히려 길고양이 문제를 양성화시켰고 주민들의 만족감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은평구, 부산시, 경북 포항시, 인천 연수구, 광주 서구가 벤치마킹 중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유왕기 강동구청 과장은 “최근 구청에서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반려견 교육 세미나를 2회 열었는데 지역민 200명이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며 “앞으로 반려동물과 인간의 공존이 행정정책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