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벌판에서 길 잃은 세 살 아이, 개 덕에 무사귀환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6-11-28 17:2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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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he Siberian Times
‘개는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라는 말이 있습니다. 개는 사람의 집과 재산을 지켜주기도 하고, 때로는 목숨까지도 지켜주는 존재입니다. 지난 2014년 엄청나게 넓은 시베리아 벌판에서 길을 잃은 세 살배기 꼬마 카리나 치키토바도 반려견 덕분에 목숨을 건졌는데요. 아이와 개의 기적같은 이야기가 다시금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7월, 어린 카리나는 옆 마을에 사는 아버지를 보러 반려견 ‘나이다’와 함께 외출했습니다. 전에도 아이 혼자 옆 마을에 다녀온 적이 있었기에 어른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옆 마을에 도착했지만 아버지는 집에 없었고, 카리나는 아빠를 찾아 다시 떠났습니다. 여기로 가면 아빠가 있을까, 저기로 가면 있을까 하고 헤매는 사이 카리나는 끝없이 펼쳐진 들판과 숲 속에서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 시베리아 대자연에는 늑대와 곰이 살고 있습니다. 어른들조차 총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함부로 돌아다닐 수 없는 곳에 세 살 아이와 개 한 마리만이 남겨진 것입니다. 해가 져도 아이가 돌아오지 않자 카리나의 가족과 마을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여름이었지만 밤이 되면 기온이 뚝 떨어져 영하의 추위가 살을 에듯 파고들었습니다. 카리나를 찾기 위해 수색대가 조직되었고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공중 수색전을 펼쳤지만 워낙 나무와 풀이 빽빽해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열흘이 지나자 아이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점점 희미해졌습니다. 카리나의 부모는 아이를 혼자 보낸 것을 자책하며 몸져누웠습니다. 그러나 11일이 되던 날, 아이와 함께 길을 나섰던 개 나이다가 홀로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사진=The Siberian Times
마을 사람들은 아이가 숲에서 죽고 개만 돌아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나이다는 사람들에게 따라오라는 듯한 몸짓을 보이며 다시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수색대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개를 따라갔고, 기적 같은 행운을 발견했습니다. 풀숲에 몸을 숨긴 채 웅크리고 있는 카리나를 발견한 것입니다. 아이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굶주려 있었고 탈수 증세도 보였지만 다친 곳 하나 없이 무사했습니다.




사진=The Siberian Times
카리나는 구조대가 내민 물 한 병을 남김없이 들이켰고 그리운 엄마 아빠의 품에 안겼습니다. 마을로 돌아와 곧 건강을 찾은 카리나는 “나이다가 크게 짖으며 곰이랑 늑대를 쫓아줬어요. 들판의 딸기 같은 것들을 따서 먹었고, 물은 시냇물을 마셨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밤에는 개와 꼭 끌어안고 자면서 추위를 견뎠다고 합니다.

건장한 성인 남성조차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에서 얇은 티셔츠 한 장만 걸친 세 살 아기가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충직한 개 덕분이었습니다. 마을에는 이 똑똑한 개를 기리기 위한 ‘소녀와 개’동상이 세워졌습니다.



사진=The Siberian Times
카리나는 이제 완전히 건강해져서 또래 아이들처럼 친구와 뛰어놀기도 하고 장난도 치며 잘 자라고 있습니다. 단 어른들이 “그 때 어땠니”라며 물어보는 것은 싫어한다고 합니다. 많이 힘들고 무서웠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기 싫어서 그런 것이겠죠. 카리나는 위험 속에서 끝까지 자기를 지켜 준 반려견 나이다를 지극히 아껴주며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