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전문가들이 본 박근혜 대통령의 심리상태 "분노, 혼란,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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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2016-11-25 1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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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혼돈·혼란의 연속…음모 피해자라 착각할 수도"공정식 "불안·초조 지속, 정상적 판단 불가능" 황상민 "마치 성인 자폐 모습인 듯…잘못 모르니 평온"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요즘 박근혜 대통령의 심리 상태는 어떨지 궁금하다. 최순실에게 평생 속아왔다는 자성을 하고 있을까, 국가를 이 지경으로 만든 데 대한 자괴감이 빠져 있을까, 아니면 검찰과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퇴임 후 법정에 설수도 있는 문제를 걱정하고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느 쪽이든 마음이 편할 리는 없다는 것이다. 일반인도 이 같은 곤경에 처한 상황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괴로움에 시달릴 텐데 하물며 대통령이면 그 심적 고통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조금 다른 판단을 내놓는 심리학자들이 적지 않다. 그간의 박 대통령 행보를 되짚어 보자.

박 대통령은 최순실 사건이 불거지자 지난달 24일 갑자기 개헌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태블릿PC가 공개되면서 바로 다음날 대국민사과를 했다. 그것도 연설문 일부만 최순실씨를 통해 수정했다고 밝혔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정치적 꼼수이자 거짓 해명이었다.

이후 박 대통령은 4일 대국민담화에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필요하다면 특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도 역시 20일 정연국 대변인을 통해서는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을 뒤집었다.

상황 변화에 따라 극과 극을 오가는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엘시티 사건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철저히 수사하라"며 검찰 수사에 신뢰를 보이는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박 대통령이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에는 불안과 초조함으로 가득한 심리상태가 행동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한다. 믿었던 검찰마저 자신을 향해 칼끝을 겨누자 분노를 넘어 혼란스러움에 빠져있을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하지만 이와 달리 여전히 현실 인식이 결여된 채 자신의 행위에 대한 특별한 죄책감 없이 평온한 심리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박 대통령이 "내가 뭘 잘못했느냐"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주변 음모에 빠졌다'는 피해 의식에 따라 혼돈의 상태에 빠져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속된 말로 '멘붕'에 빠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자기가 믿던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불발(검찰이 세게 나온)된 부분에 대해 갈팡질팡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굉장히 아집이 강하고 자기 생각 속에 빠져있는 경향이 강하다"며 "따라서 본인의 생각에 어긋나는 상황을 수용하기 어렵다. 또 피해의식이 강한 사람이라 아마 틀림없이 지금의 상황을 자기를 핍박하기 위한 음모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박 대통령 스스로 '내 고유한 위치에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뿐인데 사람들이 음모를 짜고 나를 코너로 몰아넣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러니 화도 나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런 상태에 놓여있다 보니 부적절한 대응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공정식 한국심리과학센터 교수는 "박 대통령이 상황적으로 불안과 초조함에 놓여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심리적 기저에는 억울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깔려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범국민적 촛불집회, 자신을 향한 검찰의 태도 등에 대한 본인 나름대로의 억울함이나 분노가 있는데, 이를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진실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부분들, 혹은 억울하다는 생각들이 깔려있지 않으면 박 대통령이 보이고 있는 현재의 모습들은 나올 수 없다"며 "본인 입을 통해 나온 얘기가 자꾸 바뀐다는 건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많이 흔들린다는 것인데, 본인 스스로가 불안하고 초조하기 때문에 정상적 상태에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공 교수는 그러면서 "자꾸 말이 번복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소신이라기보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는 성향을 보여준다"며 "특히 불안하고 초조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을 때 주변사람들에게 더 많이 의지하려고 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성을 보이는데 그런 모습들을 박 대통령이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 대통령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부모를 비극적으로 떠나보낸 성장기의 경험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굴지의 대형병원의 정신과 전문의는 "사실 박 대통령은 부모를 총탄에 잃은 경험을 빼놓고는 설명을 할 수 없다. 충격적 사건 이후 국가기관, 사회지도층, 여론지도층에 대한 불신과 피해의식을 갖고 살아오고 있다"며 "그래서 자기가 가족처럼 대하는 소통이 잘 되는 일부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마음을 열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그러면서 "사실 박 대통령이 약한 사람인데 아버지의 그림자와 권위를 전면에 내세워 강한 사람인 것처럼 잘 유지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그 권위를 지금에 와서 다 까발려야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굉장히 두렵고 피하고 싶은 악몽같은 나날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겉모습으로는 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 내면적으로는 누구보다도 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박사가 박 대통령의 성장배경을 바탕으로 한 심리분석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스스로가 의도한 것이 아닌 환경이 현재의 박 대통령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서 박사는 박 대통령을 거짓된 자기를 스스로의 자신이라 믿으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 '리플리증후군(Ripley syndrome)'에 빗댔다. 서 박사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 대통령은 다만) 리플리증후군처럼 적극적으로 자기와 주변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매우 특수한 그의 조건 덕분인데 그는 '영애=공주"’로서 십대를 보냈다"며 "스스로를 포장하기 위해 타인에게 체계적인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타인이 적당히 포장해준다. 그저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노력하는 수준이면 충분했다. 무능이 드러나지 않도록 노출을 피하는 정도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조력자는 꼭 필요했을 것"이라며 "조력자에게 이용당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스스로를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적었다. ‌‌【서울=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