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한국 대통령들, 임기 말에 비참해지는 이유는…”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6-11-22 18: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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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국정농단 사태는 이웃 일본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진보 성향의 유력 일간지 아사히신문의 논설위원 하코다 테츠야 씨는 “대통령이 임기 말 주변인과 관련된 문제에 휘말리는 ‘불명예의 사슬’은 박근혜 정권에서도 끊어지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의 원인을 크게 ‘왕조 시대의 감각’과 ‘박근혜 대통령의 인간불신’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왕조 시대의 감각이 아직도 남아있다
하코다 씨는 한국의 뿌리깊은 유교문화와 더불어 대통령이 ‘큰 권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대법원, 헌법재판소 재판관, 공영방송 KBS 사장을 모두 대통령이 임명할 정도로 한 사람에게 많은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청와대 담당기자들이 출입하는 건물이 대통령 집무실과 상당히 떨어져 있어 자세한 동정을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료들이 대통령을 ‘VIP’라고 부르며 우러러보는 것도 대통령이 왕과 정치지도자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권력이 있는 곳에는 이권다툼이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최고권력자 자신이 깨끗하다 해도 가족이나 측근이 몰려들며 거액의 돈이 오가게 됩니다. 하코다 논설위원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 주변의 상당수가 ‘한국 특유의 개념인 알선수재 혐의’로 체포되었음을 강조했습니다. “부정부패가 일어나지 않도록 가족과의 교류를 끊고 고독하게 지내왔다”는 박근혜 대통령도 주변인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간 불신’
하코다 논설위원은 젊은 시절부터 숱한 정치적 배신을 경험한 박근혜 대통령의 ‘인간 불신’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진단했습니다. 비서관들로부터 면대면 보고를 받기보다는 문서로 보고받는 것을 선호하며, 관저에서 홀로 식사하며 보고서를 훑어보는 박 대통령의 성향이 소통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이전 정부 당국자는 “대통령이 엉뚱한 제안이나 판단을 한 적은 있지만, 설마 아무런 자격도 없는 한 중년 여성의 조언에 좌우되어 내린 결정이었다니...”라며 안타까워 했다고 합니다.

하코다 논설위원은 비단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 주변의 비리 자체를 막으려면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고 재선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짚었습니다. 현재의 5년 단임제로는 집권 후반기 레임덕 현상이 극심해지고 효율도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대통령 후보들이 당선되면 주요 정책에 집중하느라 개헌은 뒤로 미뤄지게 되고, 개헌을 논의할 시점이 되면 정권이 동력을 잃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