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금메달 입학’ 때, 세월호 아이들은 원서도 못 내봤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1-22 10: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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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 
대통령은 ‘7시간 논란’이 엉터리라고 했지만, 순서 잘못 돼
‌대입원서조차 내보지 못한 다윤이와 세월호 다른 희생자에게 사과부터 했어야
 

‌  정유라가 금메달을 앞세워 이화여대에 합격한 해가 2014년입니다. 단원고 2학년이던 허다윤(사진)은 그 몇 달 전 세월호에 타고 있다 아직도 실종자 명단에 이름을 남기고 있습니다. 

‌   다윤이는 유아교육과에 진학한 다음 유치원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교회 주일학교 어린이반에서 아이들을 돌봤고 지역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도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어느 대학을 목표로 삼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유아교육과 지망생 상당수는 이화여대를 첫 손가락에 꼽습니다. 

‌   수시 전형에서 6번이나 원서를 쓸 수 있으니 다윤이가 이화여대 유아교육과에 지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부만 잘하는 게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소통하고 봉사하며 자신의 꿈을 키웠다면 이화여대 수시 전형 중 미래인재 전형으로 유아교육과에 도전해봄 직합니다. 1차는 자기소개서 등 서류로 100% 평가하고 2차에선 1차 평가 80%와 면접 20%로 합격자를 가리는 전형입니다.

 정유라가 면접관 앞에 금메달을 내놓으며 면접을 치렀다는 내용을 듣고 나니 그 이듬해에 다윤이가 원서를 내본들 제대로 평가받았을지 의문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평범한 아버지를 뒀으니…

 모든 대학과 학과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수많은 학부모가 비슷한 의심과 걱정을 한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교육부가 입이 닳도록 주장하는 것처럼 입시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고 꿈을 키우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이런 수시 전형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습니다.

 명분은 참 좋습니다. 입시에 매몰되지 않고 공교육도 정상화되고 꿈을 향한 끼를 발산할 수 있다니 말입니다. 실상도 그러면 좋겠지만 인터넷 강사의 몸값이 100억 원을 넘어간다는 소식이 들리고 세분화된 전형에 맞춘 학원은 여전히 성업 중입니다. 이런 학원이 밀집한 대치동 부동산 가격이 찬바람 맞는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  몇몇 이름 있는 학교와 외고를 빼고 학생의 꿈을 키워주는 일반고교는 얼마나 될까요. 학생의 특기와 장점을 잘 알고 거기 맞는 전형을 찾아내 미리미리 교내 활동을 제시해주는 교사는 몇 명일까요. 교육부는 이런 현실을 너무 잘 알아서인지 현장 점검은 좀처럼 하지 않고 그저 명분만 강조하며 여러 차례 기회가 주어지는 현행 입시제도가 좋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합니다.

 이화여대 감사 결과를 보면 모든 게 대학의 잘못이었을 뿐 교육부에는 터럭만큼의 잘못이나 책임도 없습니다. 대학에 입학 취소를 요구한다는 게 핵심 대책인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 ‌ 정유라 부정입학은 체육특기자나 특정 대학의 문제로 한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주관적 판단이 당락을 좌우할 전형이 현행 입시제도의 근간인 탓입니다. 교사들 반발이 두려워 교원평가제를 하지 못할 요량이면 공교육을 통한 꿈 키우기 같은 허황된 미사여구는 이제 사용하지 말아야 한합니다.

‌ 6번씩이나 수시에 지원할 수 있다 보니 경쟁률이 치솟는데 각 대학이 그 많은 지원자의 이력을 꼼꼼히 평가하고 공정하게 면접 점수를 매기는지 학부모라면 누구나 불신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부모와 학생이 믿을 수 있는 장치라도 만들고 나서 꿈을 말해야지 그렇지 못하면 정유라의 꿈만 키우는 제도가 되지 않겠나요.

 대통령은 ‘7시간 논란’이 엉터리라며 그날 보고받고 지시한 내용을 깨알같이 공개했지만 순서부터 잘못됐습니다. 꿈이 담긴 대입원서조차 내보지 못한 다윤이와 세월호 다른 희생자에게 사과부터 했어야 합니다. 대통령이 비선라인을 보살필 때처럼 구체적으로 꼼꼼하게 챙겼더라도 이런 참담한 결과가 빚어졌을까 싶습니다.

‌ ‘금메달 면접’은 상상도 못하고 그저 세상을 믿었다가 아직 부모에게 돌아오지도 못한 단원고 실종자 학생 4명이 뭐라고 할지 참담하고, 미안합니다.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  
‌원문 : [광화문에서/이동영]세월호 아이들은 원서도 못 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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