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 10대 1년 뒤 보니… “상당수 왕따-학교폭력 피해”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1-22 09: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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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채널A 공동주최]非약물 중독 치유 해법 콘퍼런스 
사진출처 | ⓒGettyImagesBank
‘행위 중독’에 빠진 가족이 있다. 아빠는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 맥주 한 캔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 게임을 하지 않으면 기분이 찜찜하고 잠이 쉽게 들지 못한다. 엄마는 아침, 점심, 저녁 인터넷 쇼핑을 즐긴다. 인터넷 창을 켜자마자 ‘OOO 여성의류 쇼핑몰’을 접속한다. 집안일도 잊은 채 2∼3시간씩 인터넷 쇼핑을 즐길 때가 많다.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는 스마트폰으로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속하고 인터넷 검색을 한다. 잠들 때까지 손에서 스마트폰이 떠나질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SNS 계정에 친구들이 단 글과 사진을 확인하고 댓글을 단다.  행위 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들의 모습을 재구성한 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가정의 모습이다. 각종 약물 외에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쇼핑, 스마트폰 사용 등 행위에 중독되는 것을 가리켜 비(非)약물 중독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는 행위 중독이다.  21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하고 강원랜드가 후원하는 비약물 중독 치유 해법 콘퍼런스가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관 1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전문가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온라인 게임, 도박 등 행위 중독에 대한 심각성을 경고했다. ○ 부모 대화 감소, 학업 스트레스→인터넷·스마트폰 중독→왕따·폭력 노출 ‌입시에 대한 불안과 학업 스트레스, 부모와의 불화는 청소년 시절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을 유발하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다. 이날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한금선 고려대 간호학과 교수는 2013년 4월부터 6월까지 서울 소재 5개 중고교 학생 320명을 대상으로 과도한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확인했다. 그 결과 중독 학생들은 성적 스트레스와 부모와의 불화로 낮은 자존감을 보였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 교수는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인터넷이란 가상현실에서 충족하는 것이다. 단절된 대화를 SNS로 해결하고 우울한 정서를 온라인 게임으로 달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이 자녀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학업 능력 저하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상규 한림대 교수는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에 속하는 중학생 그룹을 1년 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인터넷 중독인 학생들은 1년 후 전반적으로 자살 등 우울한 생각을 하거나 충동적인 성향을 보였고 왕따 또는 학교 폭력 등 학교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 교수는 “자녀의 중독이 단순히 성적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므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청소년기 스마트폰 중독→성인기 도박 중독 유발

 외국의 한 연구에서는 인터넷 중독 청소년 15%가 동시에 도박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에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있다. 제주에 사는 중고교 학생 14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충동성이 강할수록, 스마트폰 중독 수준이 높을수록 도박 중독에 해당됐다.

 한 교수는 “의료계에서는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이 청소년의 도박 중독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2부 전문가 토론 좌장을 맡은 박상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이사장은 “청소년들은 온라인 스포츠 베팅을 게임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시작된 온라인 도박이 성인 도박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비교적 통제력을 가진 어른도 행위 중독의 폐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한 대학에서 인터넷 중독인 대학생과 그렇지 않은 대학생들의 정신건강과 연애활동을 비교한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인터넷 중독 그룹에서 “행복하다” “이성 친구를 사귄 적 있다”고 답한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정상적인 인터넷 사용 그룹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인터넷에 중독될수록 포르노 보기 등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 가장 가까운 가족·교사 역할 중요

 전문가들은 행위 중독에 대한 부모와 교사의 무관심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행위 중독의 심각성을 모르는 부모와 교사들 탓에 행위 중독 학생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중독 고위험군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행위 중독이 의심되는 학생들을 지역 병원과 연계해 치료하려는 교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도 역시 부모와 교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행위 중독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정서에 영향을 주는 부모와 교사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행위 중독에 대한 부모나 교사들의 경각심이 외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정부나 학회 차원에서 부모와 교사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행위 중독은 약이 아닌 행위를 대체할 수 있는 행위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대화나 스포츠, 나들이 등 즐거움을 유발하는 대체 활동을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