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탄핵해야 하는 진짜 이유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1-18 13: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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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변호사 모임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9일 오후 서초동 대검찰청앞에서 시국선언을 열고 박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했다. 동아일보 DB
 대한민국은 6공화국이 시작되고 나서 대통령의 가족이나 측근이 대통령 뒤에서 호가호위하여 소위 ‘권력 갑질’을 하는 일이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 이 지긋지긋한 대통령 측근의 권력 농단을 막을 길은 없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적어도 현재는 없다. 우리나라가 정치 후진국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불법으로 취득하는 나라가 정치 미개국이라면 권력의 사유화가 가능한 나라는 정치 후진국이다.

 대한민국은 1987년 체제를 통해 쿠데타나 부정선거로 권력을 불법 취득하는 것을 봉쇄했다. 그러나 현행 헌법은 대통령 권력 취득의 민주적 정당성에만 초점을 맞춰 권력 운용의 합법성에 대한 담보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특히 선거에 의해 대통령 직에 오른 뒤 권력 운용의 합법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단임제로 역사만이 대통령을 평가할 수 있게 되며 대통령이 권력을 제왕적으로 남용하더라도 국민은 대통령을 싫어하고 욕할 뿐 권력 남용을 통제할 방법을 갖지 못했다. 국민의 대의 기관인 의회가 역할을 해 줘야 하지만 국회 역시 제 이익에 눈이 멀어 대통령과 정부의 권력 행사를 효율적으로 견제하지 못했다.

 정치 후진국을 벗어나려면 대통령이나 측근이 권력을 사유화하지 못하도록 전통과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제를 계속 유지할 경우 미국이 모범이 될 것이다. 미국인들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공권력을 사용하는 것을 절대 용서하지 않는 전통을 가졌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진 것은 e메일 스캔들을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성추문 의혹보다 더 큰 문제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도 권력의 사유화를 절대 용서하지 않는 전통을 세워야 한다.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과 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나면 검찰은 대통령의 잘못을 명명백백하게 수사하고 범법 행위가 밝혀지면 헌법이 정한대로 탄핵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나아가 미국처럼 대통령, 의회, 사법부라는 헌법 기관이 각자의 권위를 유지하며 효율적인 견제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정치 미개국일 때 하던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아직도 기업 성장과 유지의 방법을 권력자와의 유대에서 찾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권력과 돈의 냄새나는 유착 관계가 계속되는 한 대한민국 대통령 직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가 파괴된 것은 결국 우리의 법과 제도에 허점이 있고 대통령의 측근들이 그곳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원인이 법과 제도의 허점에 있다면 우리는 하루빨리 그 허점을 찾아 메워야 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전통과 시스템 확립을 위해 국회는 당리당략을 따지지 말고 조속히 대통령 탄핵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