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혼술, 화려한 싱글? 갈수록 초라해져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1-18 10: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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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등이 공경히 중외(中外)에 알려서 처녀(處女)의 나이 25세 이상이 되는 자에 대하여 그 가계(家計)를 모두 조사하게 하였는데, 집안이 가난하여 예(禮)를 갖출 수 없는 자들이니.’(성종실록 1472년 5월 7일)

조선 성종 때 왕의 지시에 따라 결혼이 늦은 처녀들을 조사한 예조가 가난이 원인이라고 밝힌 대목이다. 그들에게 쌀과 콩을 섞어 10석(1석은 약 144kg)을 제공하자는 방안이 나왔다. 예부터 가난 때문에 혼인을 못 하는 것은 나라의 고민이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나홀로’ 문화를 미디어에서는 꽤나 멋스럽게 그린다. 드라마 ‘혼술남녀’에서는 남자 주인공 진정석이 홀로 맛나게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여러 데이터가 말하는 나홀로족의 진실은 조금 복잡하다.

20세 이상 남자의 44%, 여성의 40% 정도가 싱글이다. 미혼, 이혼, 배우자 사망 등이 싱글 생활의 원인이다. 전체 인원은 1600만 명 가까이 된다. 이들이 나홀로 문화의 주역이라고 볼 수 있는데 미디어에서 가장 주목하는 사람들은 그중 1인 가구주이다. 싱글 중의 싱글이다. 수치로 보면 전체 싱글의 3분의 1가량이 1인 가구주다. 통계청 조사에서는 2015년 기준으로 520만 가구가 조금 넘는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조금 더 들어가면 문제 있는 숫자들이 나온다. 2015년 1인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58.28세다. 1인 가구주인 싱글은 젊을 것이란 우리의 직관을 한참 벗어난다. 더구나 1인 가구주 520만 명의 월평균 소득은 178만 원이다. 이는 일반 가구주 376만 원의 47.3%에 불과하다. 2008년에 비해 나이는 5세 정도 높아졌고 소득은 월 64만 원이 줄어들었으니 더 나빠지고 있는 추세다. 그뿐인가. 이혼 인구도 계속 늘어 ‘돌아온 싱글’이 171만 명이며 사별하여 혼자가 된 사람도 218만 명이다. 정신적 상처가 있는 싱글들이다.


그래서 혼술의 절반쯤은 홧술, 우울한 술이 아닐까 싶다. 나홀로 문화의 절반쯤은 고독과 가난의 결과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