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컸다!” 한국 경찰관 때문에 인생이 바뀐 日 소년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6-11-17 11: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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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경찰 페이스북(@seoulpolice)
지난 2015년 2월 14일 한 일본인 남성이 서울 서대문경찰서를 찾아왔습니다. 그는 경찰과 소년이 나란히 서 있는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서툰 한국어로 "이 경찰관을 찾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던 것일까요.

11년 전인 2005년, 돗토리 카즈미치 씨는 아홉 살 아들과 함께 관광차 서울을 방문했습니다. 아들 쇼지로 군은 파출소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고 카즈미치 씨는 마침 옆을 지나던 젊은 경찰관에게 “제 아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습니다. 경찰관은 뜻밖의 부탁에 친절하게 응해주며 쓰고 있던 경찰모를 벗어 쇼지로 군의 머리에 씌워주기까지 했습니다.





사진=충남경찰 페이스북(@polchungnam)
사진=서울경찰 페이스북(@seoulpolice)
한국 여행에서 남긴 이 소중한 추억은 훗날 쇼지로 군의 미래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경찰 형과 함께 찍은 사진을 책상에 놓아두고 매일같이 바라보던 쇼지로 군이 ‘나도 경찰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쇼지로 군은 고등학교 3학년 때 경찰시험에 합격하고 경찰학교로 진학했습니다. 마침내 2015년 3월 학교를 졸업한 쇼지로 군은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경찰 배지를 가슴에 달았습니다.

한국에서 만난 친절한 경찰관 덕분에 아들이 꿈을 품고 이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 카즈미치 씨는 이름도 모르는 그 경찰관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한국을 다시 찾은 것입니다. 서대문경찰서 측은 수소문 끝에 사진 속 경찰관이 현재 충남 보령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태형 경사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카즈미치 씨는 준비해 온 편지와 경찰이 된 아들 쇼지로 씨의 사진을 경찰서에 맡긴 채 일단 일본으로 돌아갔습니다.




사진=충남경찰 페이스북(@polchungnam)
이후 서대문경찰서를 통해 연락이 닿은 김태형 경사와 카즈미치 씨 가족은 SNS로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올해 3월 드디어 감동적인 재회를 했습니다. 카즈미치 씨 가족의 초대로 일본을 방문한 김 경사는 쇼지로 씨가 일하는 곳을 찾아 다시 한 번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김 경사는 “처음 저를 찾는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사진을 보니 바로 떠올랐어요. 큰 일을 한 것도 아닌데... 한국까지 다시 찾아오셨다는 말에 정말 기뻤습니다. 아홉 살이던 꼬마가 어느덧 이렇게 커서 늠름한 경찰이 된 걸 보니 제가 다 뿌듯하고 감개무량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김 경사는 쇼지로 씨에게 “아이들을 다정하게 돌봐주는 경찰관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사진=충남경찰 페이스북(@polchungnam)
귀국 전 김 경사는 쇼지로 씨에게 11년 전 씌워주었던 자신의 경찰모를 선물했습니다. 이 경찰모는 지금도 쇼지로 씨의 방에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김 경사와 함께 찍은 사진들과 함께 말이죠.

‌두 경찰관의 아름다운 인연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