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요한슨 주연 ‘공각기동대’, 백인우월주의?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6-11-16 18: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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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스타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한 영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Ghost in the Shell)’의 풀 트레일러가 공개됐습니다. 동명의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원작으로 한 야심작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과연 잘 될 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잠시 공각기동대에 대해 설명하자면,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무너진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몸이 망가져도 기계 부품을 갈아끼우듯 뇌를 새로운 몸에 옮기기만 하면 되는 세상입니다. 스칼렛 요한슨은 인간과 인공지능이 결합되어 탄생한 특수요원으로 등장해 테러조직을 막는 임무를 수행하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와 존재 의미를 찾아 헤매게 됩니다. ‌

○ 화이트 워싱 : 동양인을 백인으로 '인종 세탁'

‌15일(현지시간) 온라인 매체 넥스트샤크는 이 영화가 서구 중심의 시선을 극복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감독 루퍼트 샌더스는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원작에서 동양인이었던 주인공(쿠사나기 모토코 소령)역에 덴마크와 유대계 혼혈인 백인 배우 스칼렛 요한슨을 캐스팅하여 인터넷 상에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프로듀서 스피븐 폴은 “세계적으로 널리 어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백인우월주의에서 비롯된 ’화이트워싱(원작에서는 백인이 아닌 캐릭터가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백인으로 바뀌어 등장하는 행태)’ 아니냐”며 반발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스칼렛 요한슨을 좋아하지만 이 배역에는 안 어울린다”, “트레일러 안 본 눈 삽니다”와 같은 반응도 있었습니다. 한편 샌더스 감독의 팬들은 “어차피 주인공은 사이보그기 때문에 몸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인종이 바뀌는 것도 가능하다”라며 옹호하고 있습니다. 





○ 오리엔탈리즘 : 그들이 보고 싶은 동양

오리엔탈리즘은 문학이론가 에드워드 사이드가 1978년 발표한 저서 '오리엔탈리즘'으로 인해 유명해진 용어로, '동양에 대한 서구의 왜곡과 편견'을 뜻합니다. 사이드는 서구 제국주의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동양을 신비화한 뒤 착취하고 지배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신비화'가 단순한 환상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리엔탈리즘은 오랫동안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작용하며 동양을 자율적 주체가 아니라 ‘서양에 의해 탐구되어야 할 낯설고 신비로운 무언가’, 즉 수동적 객체로 규정짓게 만들었습니다.

영화 ‘고스트 인 더 쉘’ 역시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원작 공각기동대의 공간은 복잡한 홍콩의 거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지만 노골적인 국적성을 드러내지 않고 사이버적 이미지를 유지했습니다.

‌반면 영화 속 공간에는 일본의 가타카나 문자 심볼이 빛나고 ‘영적인’ 집회를 하는 일당이 묘사되며, 양복 재킷 속에 기모노를 입은 서양인들이 등장합니다. 게이샤 복장을 한 사이보그의 새하얀 얼굴에는 일본 국기를 연상케 하는 붉은 원이 그려져 있습니다(원작에도 게이샤 사이보그가 등장하지만 얼굴에 일장기를 그리고 나오지는 않음). 일본이되 일본인은 없는 공간입니다.

영화비평가 제시카 레이체널은 지난 4월 20일 대중문화비평매체 '메리수(The Mary Sue)'에 기고한 글에서 “헐리우드는 기본적으로 동양에 대한 이해가 없다. 오리엔탈리즘에 젖은 제작자들은 ‘동양적’인 이미지들만을 소비하며, 화이트워싱은 예사 일이다. ‘고스트 인 더 쉘’, ‘드래곤볼 에볼루션’, ‘닥터 스트레인지’등 최근 작품들에서도 이런 문제점은 고쳐지지 않았다” 라고 비판했습니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어떤 모습으로 최종 완성될까요. 영화는 2017년 3월 31일 개봉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