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도 친척도 없는 할머니의 장례식에 200명이 몰려왔다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6-11-16 17: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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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멜리사 조이 페이스북(@byMelissaJoyPhoto)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죽으면 많은 이들이 애도해 주기를 원합니다. 내 인생이 가치 있는 것이었고 나는 사랑 받는 사람이었다고 여기고 싶은 것입니다. 하지만 평생 외롭게 살아 온 사람이 홀로 최후를 맞았을 때는 누가 그를 위해 울어줄까요.

올해 초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세리나 바인 씨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참전용사였습니다. 가족이나 친척, 친구도 없이 숨을 거둔 세리나 씨는 이승에서의 마지막 행사를 쓸쓸하게 치를 뻔 했지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장례식에 200여 명이 넘는 형제자매들이 찾아온 것입니다.



최근 이 소식을 보도한 온라인 매체 리프터블에 의하면 이 감동적인 일은 퇴역군인 한 명의 관심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해군으로 복무하던 윌리엄 존스 씨는 은퇴 후 콴티코 국립묘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집도, 곁을 지켜 줄 사람도 없이 생을 마감한 세리나 씨의 사연을 알게 된 윌리엄 씨는 자스펜 부스 소령을 장례식에 초대했습니다.



자스펜 부스 소령. 사진=멜리사 조이 페이스북(@byMelissaJoyPhoto)
초대를 받은 자스펜 소령은 세리나 씨의 장례식이 이대로 치러져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군인은 혼자선 결코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인들은 죽을 때도 혼자여서는 안 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자스펜 소령은 집 없는 참전용사 여성들을 위한 비영리재단인 '마지막 경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재단은 어렵게 사는 참전용사들을 찾아 주거, 일자리, 육아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소령 본인도 한때 집 없이 힘든 삶을 살아야 했던 경험이 있기에 그녀는 군인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자스펜 소령은 페이스북의 참전용사 그룹에 이 이야기를 알리며 뜻 있는 사람은 누구나 장례식에 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한 20명에서 30명 정도 오면 많이 온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일 장례식장에 도착해 보니 어림잡아 백 대도 넘는 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습니다.” 자스펜 소령은 ‘오늘 또 무슨 행사가 또 있나’ 생각했었지만 아니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세리나 씨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왔던 것입니다.


사진=투데이 쇼 페이스북(@today)
수백 명의 추모객들 앞에서 자스펜 소령은 추모사를 낭독했습니다. “우리는 나라를 위한 헌신과 희생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세리나 씨에게는 200명이 넘는 가족이 있습니다. 우리가 군인인 이상 어디에나 친구와 가족이 있습니다. 세리나 씨,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세리나 씨의 법적 관리인인 케이티 브라이언 씨는 “정말로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만약 세리나 씨가 제 어머니셨다면, 저는 그 분이 바로 이렇게 대접받으시길 원했을 거예요.” 라고 말했습니다.


요양소에서 세리나 씨를 돌봐 준 간병인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세리나 씨는 3개 국어를 할 수 있었으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고 합니다. 세리나 바인 씨는 1924년생으로, 1954년에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대학교를 졸업했다는 것 외에 그녀의 인생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하지만 세리나 씨의 마지막 길에는 수많은 ‘가족’들이 함께했고, 그녀의 공로에 걸맞는 특별한 송별식이 치러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군인, 경찰, 소방대원과 같이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을 더욱 명예롭게 대접하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