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지지율 합쳐 9%도 안되면서”… 비박 4인에 직격탄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1-16 17: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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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항의 외면하는 이정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오른쪽)가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 원외당협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심정우 광주 광산을 당협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즉각 구성하라”고 요구하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진영이 15일 당내 잠재적인 대선 주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별도 지도부격인 회의체를 구성했다. 이정현 대표 등 친박(친박근혜) 지도부의 퇴진을 압박하기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한 모양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대선 주자라는 말을 팔지 말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정국 수습 로드맵은커녕 당 진로 로드맵도 못 만드는 여당 내홍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비박 대선 주자 ‘아킬레스건’ 건드린 이정현

 이 대표는 이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들) 대선 주자 지지율을 다 합쳐도 9%가 안 된다”며 “다른 당의 셋째, 넷째 사람 축에도 못 끼는 사람이 자기 앞가림도 못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선 주자들의 ‘아킬레스건(약점)’을 건드리며 역공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대선 주자 모임과 페이스북 등에서 자신의 사퇴를 언급하는 것을 두고도 “젖먹이도 할 수 있고, 옹알이를 하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얘기가 ‘사퇴하라’다. 그래서 비전이 무엇이냐”라고 반문했다.

 다만 이 대표는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에 대한 비판은 삼갔다. 김 전 대표에 대해선 “지난 2년간 힘들게 당을 이끌어왔고 문제점을 정확히 안다”며 “(김 전 대표) 그분이 이런저런 주장에 대해 시비를 안 해 왔고 나름의 경륜이 있어서 하는 말이므로 존중한다”고 했다. 유 의원을 두고도 “공부가 많이 돼 있고 당의 필요한 발상의 전환, 역발상을 가졌다. 그런 분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국민에게 지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부 비주류 대선 주자를 높게 평가하면서 차별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도 지지율이 5%까지 떨어진 박근혜 대통령을 끝까지 옹호했다. “대통령 지지율은 지금 사안이 터져서 이런 것이고 대통령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회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박 진영의 탄핵론에 대해서도 “탄핵이라는 게 주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탄핵 사유 뭘 제시하는지 들어봤나? 나는 아직 못 들어봤다”며 “법치와 헌법을 무시하면 국회가 바로 탄핵 대상이 된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독일 베를린에 출장 중인 남 지사는 이날 “이 대표는 마치 박근혜교(敎)를 믿는 사이비종교의 신도 같은 느낌”이라며 “이 대표 뒤에 숨어서 얼마 남지 않은 권력을 유지하려고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는 친박 핵심 세력도 당장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이날 이 대표의 퇴진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김상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등이 “당원에게 재신임을 물어라”며 항의 방문을 했을 때도 이 대표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대표는 “누구한테 동의를 받고 왔느냐. 당신들의 주장만 주장이냐”고 따졌다.


○ ‘이정현 사퇴’ 공동행동 나선 비박 대선 주자

 김 전 대표 등 6명의 비박 대선 주자들은 이날 ‘비상시국위원회 대표자회의’를 만들었다. 이들과 함께 심재철 정병국(이상 5선) 김재경 나경원 주호영(이상 4선) 강석호 의원(3선) 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됐다.

 비상시국위원회는 이 대표 사퇴와 당 해체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실무 준비를 맡은 황영철 의원은 “빨리 이정현 당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당 해체를 포함한 혁신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우리를 버리겠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며 친박계와 선을 긋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비상시국위는 16일 첫 회의를 열어 국정 수습과 당 해체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 대표가 내년 1월 21일 조기 전당대회를 열겠다고 밝혔지만 비박 진영은 당권 재장악을 위한 꼼수로 보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선 후보들이 다 나와 당권 경쟁을 하라는 건 결국 당 내분을 더욱 격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