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 위한 전시회 “성폭력 경험자, 넘어졌다 일어난 사람처럼 대해주세요"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1-16 10: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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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12명 ‘어디에나 있고… 展’

그들을 피해자로 규정하지 말고 상처 이겨내는 회복자로 바라봐야
국내 최초로 성폭력 경험자 치유를 위한 전시회를 여는 대학생 프로젝트팀 ‘공존’의 송다예 대표. 성폭력 경험자를 향한 사회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넘어져 무릎을 다쳤다가 다시 일어난 사람처럼 대해 주세요. 성폭력을 당한 사람들이 잘 회복하려면 사회의 시선이 달라져야 합니다.” 16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가이아에서는 독특한 전시회가 열립니다. 전시회 이름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展(전)’. 국내 최초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열리는 전시회입니다. 성폭력에 노출된 이들을 단순히 ‘피해자’로 규정하지 않고 상처를 이겨 나가는 ‘회복자’로 바라보려 한다는 게 전시 목적입니다. 전시회는 ‘공존’이 기획했습니다. 연세대 중앙대 이화여대 학생 12명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팀이다. ‘공존’은 올해 서울시 사회적 경제 아이디어 대회(위키서울)에 선발돼 서울시로부터 전시회 예산을 지원받았습니다. 14일 ‘공존’ 대표인 연세대 산업디자인과 송다예 씨를 만나 대학생들이 피해자를 위한 전시에 나서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대학에서도 회사나 다른 조직처럼 성폭력이 많이 일어납니다. 말로 하는 성희롱부터 신체적인 성폭력까지 말이죠. 문제는 이게 성폭력인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거예요. 성폭력을 한 이들도, 성폭력을 당한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회사라면 가해자가 징계를 당하거나 퇴사할 일들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묻히는 걸 많이 봤습니다.” 송 씨는 연계전공으로 인지과학을 배우며 성폭력 피해 경험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원인을 자기로부터 찾거나 상처를 회복 불가능한 것으로 여긴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타인과 경험을 나누는 과정에서 아픔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데, 이를 위해선 사회가 그들을 어떻게 명명(命名)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사건’ 이후에 관심을 갖자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展(전)’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송 씨는 중학생 때 교육청 미술 영재로 선발되고 고등학생 때 한일디자인고교생 공모전에 입상할 만큼 미술에 재능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미술을 공부할수록 예술이 작품의 틀을 벗어나 사회에 보탬이 되는 쪽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송 씨의 생각을 지지해 ‘공존’에 참여했습니다. 함께 밤을 새우며 전시장을 채울 영상과 미술품을 만들었습니다. 성폭력 피해 회복에 대한 관람객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잎이 무성해지는 나무도 세우고, 경험자들이 아픔을 회복하는 과정은 우쿨렐레 안에서 숲이 자라는 모습으로 형상화했습니다. “성폭력을 잘못 다루면 남성과 여성의 대립을 일으킬 수 있어요. 성폭력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니 여성이 피해자라는 건 맞지 않죠. 전시에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도 이거예요. 그리고 남몰래 전시회를 찾을 피해자들도 좋은 응원만 받아가도록 배려했습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