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혈액을 왜 최순실 이름으로 외부에 맡겼나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1-16 10:29:06
공유하기 닫기
보건 당국 조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전은 물론이고 이후에도 최순실(60), 최순득(64) 자매의 이름으로 혈액검사와 피로해소 주사제 처방 등 각종 진료를 받아 왔습니다. 대통령 자문의인 김상만 씨(현 녹십자 아이메드 원장)는 박 대통령이 당선되기 직전까지 총 9차례, 당선 뒤(2013년 3월∼2014년 3월)에는 15차례나 대리 처방을 지속했습니다.

이번 조사가 충격적인 점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박 대통령의 건강관리조차 ‘비선 실세’ 최 씨의 영향 안에서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도 적지 않게 발견됐습니다. 가장 큰 의혹은 박 대통령 취임 후인 2013년 9월 청와대 의무실 간호장교가 박 대통령 혈액을 채취해 차움의원으로 가져온 후 최순실 씨의 이름으로 검사한 점이다. 대통령은 청와대 의무실에서 1년 365일 혈압, 맥박 등 건강을 점검받습니다.



국내 최고의 전문의를 주치의로 두고 주기적으로 세밀한 검진을 받는 상황에서 타인(최순실) 이름으로 외부에서 혈액검사를 받은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입니다.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통령 자문의가 대통령 혈액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보안을 장담할 수 없는 민간 의원에서 검사했다는 것은 같은 의료인으로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종류의 혈액검사였는지에 대해 복지부는 “그 부분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 안보와도 연결되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청와대 의무실에서 1년 365일 대통령의 혈압, 맥박 등의 건강을 점검하고, 국내 최고의 전문의로 이뤄진 주치의와 자문의가 수시로 대통령 검진을 하는 이유입니다.

청와대 의무실에 필요한 약이 구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원장이 ‘최순득’ 이름으로 허위 처방한 후 청와대로 가져가 박 대통령에게 피로해소 주사제를 투여한 것도 의문점입니다. 김 원장은 1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청와대 의무실에서 주문하면 하루 내에 모든 의약품이 배달되는데 왜 외부에서 의약품을 반입하겠나”라고 말했습니다. 불과 5일 만에 말이 바뀐 셈입니다. 주치의, 의무실장 배석, 대통령 진료기록 작성 등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최순득 이름으로 대통령 처방전을 만들어 박 대통령에게 주사한 것 자체가 알리고 싶지 않은 ‘비합법적 처방’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습니다.


복지부는 김 원장이 박 대통령을 위해 최 씨 자매의 이름으로 대리 처방한 것은 영양제, 비타민 주사제였으며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 의약품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최순실 씨가 신경안정제 계통의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받아 본인이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순실 씨가 2013년 4월 30일 평소보다 2∼3배 많은 양의 주사제를 처방받은 점도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박 대통령 미국 해외 순방(2013년 5월 5∼10일) 직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입니다. 최 씨가 대통령 해외 순방에 쓰도록 미리 처방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는 철저히 당사자들의 진술에서 도출된 결과이기 때문에 폐쇄회로(CC)TV나 재고의약품 등 물질적 증거는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며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 직접진찰 규정 위반은 명백하나 이번 행정조사로는 확인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만큼 김 씨를 수사 당국에 형사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