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비의 순산 도운 ‘출산 보조제’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1-14 16: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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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 보면 출산후유증으로 세상을 뜬 문종 때 권빈과 중종 때 장경왕후를 제외하면 왕비나 빈은 대부분 자연분만을 통해 순산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초강력 진통제나 분만유도제, 제왕절개 수술이 없던 조선시대에 임신부들은 어떻게 산고를 이겨냈을까?

조선왕실에서 가장 많이 처방한 출산 보조제는 달생산(達生散)이다. 승정원일기에 45회나 기록돼 있다. 효종 9년과 숙종 3년에 처방된 기록엔 ‘출산달이 다가오면 반드시 먹어야 할 약’이라고 쓰여 있다. 이 처방의 10여 가지 구성 약물 중 핵심은 이뇨제라고 할 수 있는 대복피다. 이뇨 작용으로 자궁의 수축력을 높이고 태 부피를 줄여 출산을 용이하게 한다. 최근엔 산후부종을 없애는 약으로 각광받는 처방이다.



또 하나의 베스트 처방은 불수산(佛手散)이다. ‘부처님 손처럼 부드럽게 아기를 낳도록 도와준다’는 뜻으로 다른 이름은 개골산(開骨散)이다. 하복부 치골을 열어 출산을 수월하게 해준다는 뜻. 고종 11년 2월 순종을 출산한 명성황후의 기록에는 불수산에 대한 언급이 있다. “이번에는 불수산을 한 첩도 쓰지 않았는데 순산하였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이 말을 거꾸로 해석하면 왕실의 출산에는 반드시 불수산을 처방했다는 의미다.

승정원일기에는 현종, 숙종, 영조, 정조, 순조 때 각각 불수산 사용 기록이 13회나 된다. 이 처방에 포함된 약물 중 주요 약물은 당귀와 천궁인데, 당귀는 당귀부(當歸夫)의 준말로 임신하지 못해 신랑 곁을 떠나야 했던 불임 여성의 자궁을 튼튼하게 한 뒤 다시 남편에게 돌려보낸다는 뜻. 실제 동물실험에서도 평상시 복용하면 임신을 돕고, 임신 후 복용하면 출산을 편하게 해주는 효과가 증명됐다. 당귀의 곱고 붉은 꽃은 붉은 피(血)를 상징하는데 한의학적으로 간장, 심장, 비장에 필요한 피를 생산해 채워주는 기능을 한다. 

천궁(川芎)은 ‘물속의 바람’이란 의미를 가진다. 바람이란 에너지의 다른 표현으로 피를 잘 움직여 흐르게 한다. 실제로 천궁 가지는 잘라서 가로로 심어도 마디마다 뿌리가 나와 싹이 돋는다. 이렇듯 천궁은 무성한 생명력인 양기를 가져 막힌 것을 모조리 뚫고 도달하지 못하는 곳이 없다. 혈행을 활발하게 해 여성성의 근원인 자궁을 튼튼하게 하는 약물이다. 


산고를 덜어주려던 옛 사람의 지혜를 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약도 약이지만 꾸준한 관리와 가족의 관심이 가장 좋은 보약이 될 것이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