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에 빠지면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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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사이언스2016-11-09 10: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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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믿는 행위 - 종교 뿐만 아니라 각종 미신 등 - 에는 불안과 불확실성, 공포 등의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살면서 부딪히는 모든 문제들을 통제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안타깝게도 삶의 많은 부분이 우리의 통제 바깥에 있습니다. 작게는 오늘의 날씨나 교통체증, 오늘 상사의 기분, 과제의 양부터 크게는 경제 침체, 국가간의 분쟁, 죽음, 미래 등 사실 통제 할 수 있는 부분보다 그렇지 못한 부분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통제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현실을 맨손으로 직면하기는 너무 무섭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의 미약함을 덮어줄 수 있는 다른 장치들을 찾곤 합니다. 약한 나 대신 내 세상을 통제하고 지도해줄 강력한 지도자 또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 바로 그것입니다. 나 대신 의지할 수 있는 ‘통제대리물’ 또는 소위 ‘믿는 구석’을 찾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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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y 등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에게 통제감을 잃고 무기력했던 사건에 대해 잠시 떠올려보게 하기만 해도, ‘강력한 정부’나 ‘우리의 삶을 관장하는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과 선호가 강해지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반면 현 체제를 바꾸는 시도 등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보이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무기력하고 약해질수록 친정부적인 성향, 극단적인 체제 옹호 경향을 보이게 되거나 극단적인 종교성을 보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죽음’에 대한 공포를 떠올리게 되면 신이나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이 강해진다는 연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초월적 존재를 의지하는 ‘정도’가 사람들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나 종교적 광신 또는 맹신의 수준에 다다르기도 합니다. 왜 그렇게 되는 걸까요?


● 종교는 소속감을 줌으로써 서로를 지지해 준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Ysseldyk 등의 학자들은 이들 종교 집단이 사람들의 ‘존재의 이유’를 설명해 주는 정도와 ‘긍정적 사회적 지지’를 부여해주는 정도에 주목합니다(Ysseldyk et al., 2010). 이들은 사이비 종교를 포함, 어떤 종교 자체에 대한 열성이 커지는 데에는 그 종교가 정체성의 절대적인 부분이 되는 것, 또 비슷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 지지해주는 긍정적 교류(소속감)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하죠.


따라서 종교가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의 절대적 기준, 인간관계의 전부, 즉 삶의 전부가 되어 버릴 경우 사람들은 그 종교가 아무리 잘못된 것일지라도, 또는 지나친 희생을 요구할지라도 쉽게 버리지 못하게 됩니다. 종교에의 이탈이 단순히 어떤 집단을 탈퇴하는 정도가 아니라 삶을 송두리째 내버리는 정도의 무게를 갖게 되기 때문이죠. 자신의 존재론적 이유와 안전막을 통채로 버린다는 것은 누구에게라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 종교 내 집단의 압력을 받으며 맹목적이 된다

그리고 이렇게 종교가 ‘정체성’의 일부가 되는 데에는 ‘집단’의 힘이 큽니다. 일례로 종교가 있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다소 행복한 경향이 나타나는데, 그 현상은 대부분 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긍정적 교류에 의해서 설명된다는 연구들이 있었습니다(Diener & Seligman 2002).

믿음의 신실한 정도보다도 종교집단 내에서의 교류의 정도가 사람들의 건강이나 수명을 잘 예측한다는 연구들도 있었습니다. 즉 종교 활동이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은 보통 보이지 않는 믿음보다 사람들이 만드는 교류라는 것이죠.

Graham 같은 학자들은 종교가 집단을 자기들만의 원칙 위에 결속시키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축구를 할 때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공을 찹니다. 하지만 축구의 핵심은 공이라기 보단 다양한 사람들이 특정 규칙 위에 모여 만드는 역동, 집단 활동에 있습니다. 축구를 종교와 비유하자면 공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초월적 존재’이고 사람들이 우르르 뛰어다니며 만드는 역동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소속감, 충성심 등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종교 활동의 본질이라는 것입니다(Graham & Haidt, 2010).


이렇게 종교의 근본적 기능을 집단의 화합을 위한 장치로 보고 있는 학자들은 다양한 종교적 ‘의식’들의 기능에도 주목합니다. 연구에 의하면 여러 사람들이 싱크로 된 움직임을 할 경우 싱크로 되지 않은 행동을 할 때 비해 상호 호감, 신뢰, 협동심, 희생정신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Wiltermuth & Heath, 2009). 별 다른 의미가 없는 랜덤한 행동도 많은 사람들이 ‘동작을 맞추는 것’ 만으로 결속력과 협동심을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특히 무속 신앙 등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종교일수록 다양한 의식들이 신비한 형태를 취합니다. 이런 신비감과 깊은 의미감 등을 통해 다양한 의식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초월적 존재를 쉽게 받아들이게 만들며 자아의 경계가 확장되는 듯한(transcendent) 느낌을 받도록 한다는 주장들도 있었습니다. “종교적 의식들은 신자들이 논리적인 반대의견에 꺾이지 않게끔 하는 ‘정신적 면역 시스템’을 만들어 준다” (Atran & Henrich, 2009)는 것이죠.

이렇게 한 배를 탔다는 정체성, 집단의 압력, 신비함으로 무장한 종교 집단의 경우 그게 아무리 사이비라고 할지라도 개인의 힘으로는 벗어나기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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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들만의 도덕을 진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또 많은 종교집단들이 자신들만의 도덕적 원칙을 가지고 있다. 도덕은 다른 일반적인 지식들과 다르게 ‘옳고 그름’의 기준에서 사람의 행동을 판단하며, 별다른 합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덕적이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다른 변명이 있어도 그 행동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리고 ‘상벌’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가장 강력하게 가이드 합니다.


사이비 종교를 포함해 많은 종교들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옳고 그름, 공평함, 정의, 신성모독의 기준을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구성원들의 행동을 촘촘히 가이드 하죠.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가에서부터 복장, 청결 등의 생활 규칙부터 생각하는 방식까지 삶의 많은 부분에 있어 불확실성을 제거해주고 이유불문 따라야 할 ‘정답’을 부여해 줍니다. 또한 종교적 ‘권위’를 무기로 구성원들에게 복종을 철저히 요구하기도 하죠(Graham & Haidt, 2010).

이런 점에서 보수적 정치 성향과 종교적 열성이 겹치는 부분이 많음을 시사하는 연구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둘다 심적 불안과 불확실성이 커질때 강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뚜렷한 가치관을 부여해줘서 행동을 가이드 해주는 경향을 보입니다. 권위에의 옹호와 복종의 미덕을 강조하는 것 또한 비슷한 점입니다. 종교적으로 열성적인 사람일수록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시 도덕 이야기로 돌아가서, 문제는 이 도덕 원칙이 요상한 것일 때입니다. 특정인의 희생을 강요하거나 혐오를 조장하는 등의 내용일 때 어째서 그런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나 의아해집니다. 하지만 이것이 그냥 그 집단의 ‘도덕’이고 따라야 할 ‘명령’이라면 역시 집단의 압력과 권위에 쉽게 복종하는 인간으로서는 따를 수 밖에 없겠다 싶기도 한 것입니다.


● 종교적 극단주의가 ‘선택받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나아가 주로 이원론(선 아니면 악의 이분법), 권위를 신봉(경전이나 성직자 등), 선택적 믿음(종교의 여러가지 가르침 중 따르고 싶은 것만 골라 믿음), 종말론을 신봉, 세속적인 세상에 대한 적대감을 보이는 사람들, 이런 요소를 권장하는 종교 집단에서는 ‘극단적 형태의 믿음’이 잘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기타 종교에 대한 적대감과 공격성도 함께 보인다고 합니다(Ysseldyk et al., 2010).

사회가 불안할수록 종교집단에서는 소위 참된(true) 신자와 그렇지 않은 신자를 ‘색출’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참된 신자가 아닌 사람들을 주변화시키는 식으로 극단주의 경향이 강해지며, 이 과정에서 ‘소수정예’라는 프라이드와, 도덕적 우위에 대한 확고한 믿음도 함께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소수의 극단주의 집단이 사회 문제 등으로 대두될 경우, 자신들이 한심하게 바라보고 배척하던 외집단(가짜 신자들 또는 비신자들)으로부터 ‘박해’를 받는다는 인식이 생겨서 더 내집단을 공고히 밀집시키고(극단주의 UP) 공격성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종교가 단순한 사회적 활동 이상으로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 도덕관 전부를 형성하고, 신비함, 사회적 규범, 집단적 압력과 권위 등을 통해 사람들을 압박할 때 사람들은 그 내용이 어떤 것이든 거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요소가 클수록 집단 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그걸 인식하게 되더라도 우리 집단이 나쁠 리 없다는 합리화에 빠지기 쉽습니다. 집단을 바꾸는 것보다 인식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 쉬울테니 말이죠.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반사회적인 종교나 사이비, 극단주의 등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데 이런 이유들이 숨어 있습니다.


※ 참고문헌
Kay, A. C., Gaucher, D., Napier, J. L., Callan, M. J., & Laurin, K. (2008). God and the government: testing a compensatory control mechanism for the support of external systems. JPSP
Ysseldyk, R., Matheson, K., & Anisman, H. (2010). Religiosity as identity: Toward an understanding of religion from a social identity perspectiv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Diener, E., & Seligman, M.E.P. (2002). Very happy people. Psychological Science
Graham, J., & Haidt, J. (2010). Beyond beliefs: Religions bind individuals into moral communitie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Wiltermuth, S. S., & Heath, C. (2009). Synchrony and cooperation. Psychological Science.
Atran, S., & Henrich, J. (2010). The evolution of religion: How cognitive by-products, adaptive learning heuristics, ritual displays, and group competition generate deep commitments to prosocial religions. Biological Theory.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지뇽뇽 심리학 칼럼니스트 imaum02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