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 불명' 편지만 받는 우체국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6-11-08 18: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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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수취인 불명 우체국(Missing post office) 공식 사이트
마지막으로 손편지를 쓴 게 언제인가요? 요즘은 이메일, 혹은 메신저로 간단하게 용건을 전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매일 수십 통의 손편지가 들어오는 우체국이 있습니다. 일본의 아와시마 우체국이 바로 그곳입니다.

2013년 10월 카와가 현 아와시마 섬에 문을 연 이 우체국은 일본인들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도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이 곳을 찾아온 손님들은 자신이 쓴 편지를 놓고 가는데요. 이 편지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편지를 받을 사람의 주소가 적혀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녀, 잃어버린 반려동물, 연락할 수 없는 첫사랑, 미래의 나, 연락이 끊어진 누군가... 배달될 수 없는 이 편지들은 아와시마 우체국에 고스란히 쌓입니다. 어쩌면 실제로 배달되지 않기 때문에 비로소 진심을 적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체국을 찾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편지를 읽어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아와시마 우체국은 다른 사람의 삶과 진솔한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그 중 몇 통의 편지를 소개합니다.



사진=수취인 불명 우체국(Missing post office) 공식 사이트
미래의 나에게,
축구는 잘하고 있어?
월드컵엔 출전했겠지?
회전초밥집 말고, 고급초밥집엔 가봤어?
엄마 아빠도 꼭 데려가.
아빠는 분명히 가장 싼 음식을 시킬 거니까,
네가 대신 비싼 걸로 시켜드려야 해.



돌아가신 남편에게,
당신이 갑자기 떠난 후, 날마다 눈물로 지새웠지요.
제가 걱정할 필요가 없도록 서류처리도 해놓으셨더군요.
당신 영정 앞에 손을 모으고 울었습니다.
당신의 물건들 속에서 당신이 큰 공책 안에 쓴 러브레터를 발견했을 때
65년 만에 발견한 그 편지에 다시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 감정이 변함없다는 사실에 행복합니다.
그리고 다음 생애에 다시 만난다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당신의 공책은 보라색 천으로 싸서 제 침대맡에 두었습니다.



사진=수취인 불명 우체국(Missing post office) 공식 사이트
내년에 60세를 맞을 당신에게,
당신과 결혼해서 아내가 되고 싶었고, 새로운 삶을 함께 꾸리고 싶었죠.
하지만 당신 가문과 결혼할 수 없었어요.
우리는 떨어져야만 했고 저는 울고 또 울었어요.
저는 그렇게 살아왔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신을 잊을 수 없네요.
사랑합니다.
다시 만날 순 없겠지만,
당신을 향한 제 감정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제 마음 깊이 당신을 영원히 간직할 거예요.


천국에 있는 언니에게,
언니가 천국에 간지 벌써 19년이나 됐네.
나는 올해 28살이 됐어.
엄마 아빠도 잘 지내.
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는 않았어.
하지만 그거 알아?
엄마 아빠는 정말 강한 분이었어.
언제나 앞날만 생각하시려고 애쓰셨지.
부모님 덕분에 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해.
언니 몫까지 열심히 살게.
그리고 착한 딸이 될게.
그러니 지켜봐 줘.
그리고 몇십 년 후에 만나게 되면 꼭 안아줘.
사랑해 언니.
언니 동생이.


지금 어디쯤 있니?
곧 오는 거지?
빨리 만나고 싶구나.
너를 만나면, 아껴주고 많이 사랑해줄 거야.
네가 태어나면 같이 놀아도 주고 여행도 가고 싶어.
함께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단다.
재밌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우리에게 와주렴.




사진=수취인 불명 우체국(Missing post office) 공식 사이트
이 '수취인 불명 우체국(MISSING POST OFFICE)'은 사실 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사야 쿠보타라는 예술가가 세투치 국제예술페스티벌에 출품한 작품입니다. 예전에 실제로 아와시마 섬 우체국으로 쓰였던 건물을 재탄생시켜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단기 프로젝트로 기획되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높아지면서 반영구적인 전시공간으로 남게 되었고, 지난 여름 사연들을 담은 책이 출간된 것은 물론 영국에 새 지점이 생기기까지 했습니다. 현재 우체국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는 아와시마 우체국에서 45년간 일했던 카츠지사 나카타 씨입니다. 우체국 공식 사이트(http://missing-post-office.com/)에서 사진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편지를 보내고 싶은 사람, 하지만 보낼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이 '수취인 불명 우체국'에 맡겨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