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역에 사는 핀란드 패션명가 후계자, "국내회사 인턴사원"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1-07 13: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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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테리 쿠르키 씨(왼쪽)가 지난달 24일 자신이 인턴근무를 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 GS샵 본사에서 그의 어머니 사투 쿠르키 씨를 만나 함께 웃고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합정역 근처에 삽니다.”

  ‘어디에 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또박또박 한국어로 대답한 뒤 “‘근처에’라는 말이 맞죠?”라며 동료에게 되물었다. 핀란드에서 온 그는 올해 9월 홈쇼핑 기업 GS샵 토탈패션팀 인턴으로 입사한 산테리 쿠르키 씨(25)다. GS샵 역사상 최초의 핀란드인 인턴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 GS샵 본사에서 만난 쿠르키 씨는 “올해 경영학 석사를 마치자마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라며 “재학 중 핀란드 은행에서 인턴으로 잠시 근무한 것을 제외하면 GS샵이 나의 첫 직장”이라며 웃었다.

 사실 쿠르키 씨는 핀란드 패션 명가로 꼽히는 ‘마리아 꾸르끼’의 최고경영자(CEO) 테파니 쿠르키 대표의 장남이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마리아 꾸르끼’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등 명사들이 애용해 유명해진 패션 브랜드. 국내에서도 주요 백화점에 입점돼 있다. 창업자는 산테리 쿠르키 씨의 할머니다.

 “왜 하필 한국에 왔느냐고요? 한국 시장에는 우리 협력사가 많아 관심이 생겼죠. 핀란드에서도 한국어 수업을 들었는데 한계가 있어 와 보고 싶었습니다.”


 





사진=마리아 꾸르끼 
사진=마리아 꾸르끼 
마침 지난달 ‘마리아 꾸르끼’의 ‘핀율백’과 ‘숄코트’ 등을 처음으로 GS샵을 통해 판매하면서 한국 홈쇼핑 산업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게 쿠르키 씨 설명이다. 그는 “아버지는 늘 CEO가 되려면 글로벌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오셨다”라며 “마침 우리와 GS샵의 사업 관계가 돈독해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날 사업차 방한해 함께 인터뷰에 참여한 그의 어머니이자 ‘마리아 꾸르끼’ 수석디자이너인 사투 쿠르키 씨(49)는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큰 시장이고, 트렌드를 주도하는 일종의 테스트 마켓으로 통한다”라며 “아시아와 유럽 소비자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배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들과 함께 이태원, 가로수길 등 트렌디한 거리를 다녀 봤다”라며 웃었다.

 인턴 쿠르키 씨의 하루 스케줄은 철저히 ‘한국식’이다. 자발적 주말 근무가 많다. 매주 토요일에 그가 속한 팀의 주력 프로그램인 ‘쇼미더트렌드’를 보며 판매 수치를 꼼꼼히 정리한다. 경쟁사 편성표와 실적을 체크하는 것은 기본이다. 저녁에 ‘한잔하자’는 상사의 문자에 냉큼 달려가기도 한다. 퇴근 후 일주일에 세 차례 3시간씩 연세대에서 한국어 수업도 듣는다.

 그는 “아직 영어로 일하지만 언젠가 한국어로도 일할 수 있게끔 하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라며 “낯선 문자라 많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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