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직후 아닌 '음주 후 30~90분'사이 단속 걸리면 무죄?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1-04 10: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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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농도 상승기 무죄판결 잇달아
“한잔도 음주” 경찰 단속강화와 상반 


음주운전 단속 기준(혈중 알코올 농도 0.05%)을 살짝 넘긴 운전자에게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단속 기준 강화(0.05%→0.03%)가 추진 중인 가운데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춘천지법 형사1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3일 음주운전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기소된 A 씨(72)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올 7월 21일 오후 9시 32분경 강원 홍천군의 한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2km가량 운행하다 적발됐다. 약 5분 뒤 측정한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52%. 운전면허 정지 기준(0.05%)을 0.002%포인트 넘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오후 9시경 소주 2잔과 맥주 1잔을 마셨다”고 진술했고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변호인은 “술을 마신 뒤 약 37분이 지나 측정한 수치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송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음주 후 30∼90분 사이에 혈중 알코올 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이후 시간당 0.015%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알코올 농도가 상승할 때 측정한 수치이기 때문에 단속 전 실제로 운전할 때는 더 낮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법리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유죄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피의자를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처벌을 피하려는 운전자가 적지 않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17%나 됐지만 음주 측정 시점 때문에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운전자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판결이 운전자에게 ‘한두 잔쯤은 괜찮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직장인 장모 씨(34)는 “대부분 술을 마시고 1시간 안에 운전을 한다. 이런 식이면 수치를 약간만 넘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도 명확한 위반이 아니면 운전자들의 반발이 심해 단속이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올 4월 검찰은 동승자 처벌 등 음주운전 양형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경찰도 음주단속 기준을 0.03%로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소주 한 잔만 마셔도 운전대를 못 잡게 하겠다는 취지다. 한문철 변호사는 “정직하게 죄를 시인하는 운전자들은 처벌받고, 법의 맹점을 잘 아는 상습 음주 운전자들이 법망을 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