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서울거리는 다양한 문화의 장으로 ‘변신’한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1-04 10: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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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길거리가 다양한 문화의 장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거리를 즐기거나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예술이 꽃피는 곳

 “대학가를 돌아다니며 버스킹(거리 연주와 노래)을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습니다. 오케스트라, 시립교향악단에서 단원으로 활동했지만 그 생활이 지겹더라고요. 그때 활력소가 된 게 길거리 버스킹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제 연주와 목소리에 이끌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감상하는 걸 보면 참 뿌듯합니다.”―유닐라 씨(31·기타리스트)

 “거리에 생기를 불어넣는 방법 중에는 그라피티만 한 게 없죠. 스프레이 몇 통만으로 칙칙한 길거리에 밝은 색을 입힐 수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홍대 길거리 공사장 외벽을 그걸로 근사하게 장식했습니다. 아직 쓸데없는 낙서로 보는 시선이 많지만 앞으론 대중적인 예술로 바라봐 주면 좋겠어요.”―이장희 씨(23·대학생)

 “길거리 농구는 일반적인 코트에서 하는 농구보다 훨씬 자유롭다는 게 매력입니다. 주로 3 대 3으로 경기가 펼쳐지는데 5 대 5 경기보다 공간이 넓어 개인기를 사용하기 편해요. 하프 코트만 사용해 빠르게 공격을 주고받으니 박진감이 넘치죠. 길거리 3 대 3 농구가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앞으로 관심이 더 커질 것 같습니다.”―한재황 씨(34·길거리 농구 동호회 ‘바구니공’ 회원)

 “2015년 홍대 걷고 싶은 거리 무대에는 총 96번의 문화예술 공연, 28번의 사회 캠페인 활동, 4번의 TV 공연 촬영이 있었습니다. 야외무대에서는 젊은 예술인들의 각종 문화 공연도 많이 펼쳐지지만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 인종차별 철폐 캠페인과 같은 많은 공익 활동들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윤정아 씨(서울 마포구청 문화진흥과)
 





 
낯선 사람들의 만남

 “한 달에 한 번씩 이태원 거리의 플리마켓(벼룩시장) 행사에 가요. 벼룩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 냄새가 좋아서 자주 찾게 됩니다. 물물교환 형식이다 보니 판매자와 물건에 얽힌 사연을 들을 수 있고 어느새 서로 오래 알아 왔던 사람처럼 정도 생깁니다.”―이지은 씨(24·프리랜서 디자이너)

 “처음에는 길 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사회 문제를 알리고 설문조사하는 게 많이 힘들었죠. 하지만 저희가 하는 활동에 관심을 가져주고 대학생들이 좋은 일 한다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좋은 취지로 하는 거라 10명 중 1명만 참여를 해주셔도 저희는 계속 거리에 나올 것 같아요.”―허운 씨(25·대학 연합 봉사 동아리 ‘나우’)

 “격주마다 서울역 근처 거리에 노숙인을 위해 찾아오는 밥차가 있습니다. 추운 날이든 더운 날이든 꼬박꼬박 찾아오고 먹고 난 것들을 설거지까지 다 해줘요. 감사하기도 하지만 너무 사람들이 많이 몰릴 때 가서 밥 먹으면 눈치 보일 때도 있죠.”―이모 씨(53·노숙

삶의 터전

 “철학관을 운영하다가 타로를 배워 건국대 거리에 타로점집을 냈습니다. 점을 보고 결과가 마음에 안 드는 분들은 바로 옆 가게로 옮겨 원하는 말씀을 듣고 나서야 가실 때도 있죠.”―박상민 씨(47·서울 건국대 타로점집 운영)

 “오후 10시부터 본격적으로 일합니다. 거리에 버려진 전단이나 고약한 냄새가 나는 음식쓰레기들을 치웁니다. 거리에서 가장 소외감을 느낄 때는 가끔 냄새난다고 찡그리며 저희를 피해 가는 시선을 느낄 때죠.”―이지훈 씨(39·환경미화원)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길거리에서 부담 없이 손님들에게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최고의 말동무이기도 해요. 그래서인지 길가에 판매용 전동 카트를 세우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으면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이것저것 물어보시고 이야기를 나누다 가십니다. 특히 적적한 어르신들은 저희가 오는 날이면 아예 저희보다 먼저 나와 기다리고 계실 때도 있어요.”―정모 씨(58·야쿠르트 판매원)

불쾌감을 주는 행동들  “거리에 가면 늘 사이비 종교인들이 있잖아요. 마이크 잡고 종교 이야기 시끄럽게 떠들고. 가던 길 막고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 보인다며 이상한 종교를 믿으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이 최악이에요. 신고해 버리고 싶을 정도로 불쾌하죠.”―한재덕 씨(42·자영업)  “담배를 피우며 걸어가는 사람들을 이해 못 하겠더라고요. 심지어 담배를 피우다가 길에 침까지 뱉는 사람들도 있죠. 혼자만 다니는 거리가 아니니 주변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기분도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양지원 씨(41·의류 상인)  “명동이나 이대 거리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거리에선 호객행위가 심각하더라고요. 한번은 이대 거리에서 화장품 가게 앞을 지나가다 호객행위를 하는 점원의 손에 이끌려 강제로 가게에 끌려 들어간 적도 있어요. 그런다고 물건을 억지로 사는 것도 아닌데.”―송유빈 씨(26·대학생) 


변신과 개선 바람

 “중구의 특성상 오래된 골목이 많아요. 이런 오래된 골목길을 재정비하기 위해 작년 8월부터 구민들 스스로 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죠. 개선이 필요한 거리를 지정해 함께 길을 정비하고 자체 규약을 만들어 정비된 골목의 상태를 청결하게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단절돼 지내왔던 이웃들과도 소통할 수 있어 반응이 좋습니다.”―위승은 씨(36·서울 중구청 자치행정과)

 “길거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죽은 공간을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취지에 맞게 펼친 사업이 ‘달서구 다누리 애비뉴 개선사업’이었어요. 경관을 해치기만 하던 거리 주변의 낡은 녹지에 오솔길을 만들고 외벽도 예쁘게 디자인해 문화 특화거리로 만들고 있죠. 쓰레기가 마구 버려져 있던 녹지가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지니 주민들이 기뻐합니다.”―김철균 씨(53·대구 달서구청 도시재생팀)

 “경기 용인시 보정동 카페 문화 거리는 각종 영화, CF 촬영이 이어지면서 유명해졌어요. 주말에는 인도, 차도 할 것 없이 사람이 붐벼 다니기가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북적이는 골목을 일방통행으로 개선하고 주차장을 넓혀 사람들의 통행에 방해가 되던 주차 문제를 해결했죠.”―권대순 씨(경기 용인시청 관광과)

 “고시 준비생 생활을 하고 있어 주로 밤늦게 귀가해요. 그런데 대학가 원룸촌 골목에 가로등이 설치된 곳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집까지 오는 그 짧은 거리도 혼자 다니기 무서울 때가 많아요. 폐쇄회로(CC)TV라도 설치돼 있다면 그나마 좀 안심이 될 텐데 말이죠. 보기 좋은 거리, 다니기 편한 거리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조건은 다니기에 안전한 거리라고 생각해요.”―정유진 씨(27·대학생)
  
오피니언팀 종합·최형진 인턴기자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