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내 기적..." 사랑만으로는 아이의 우울증을 치료할 수 없다

이예리 기자
이예리 기자2016-11-03 17:03:57
공유하기 닫기
우울증과 불안증세는 때때로 사람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몰아넣곤 합니다.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사람조차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보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어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허핑턴포스트 캐나다는 1일(현지시간) 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위해 활동하는 '매디 프로젝트' 창립자이자 매디의 엄마인 니콜 저먼 씨의 글을 소개했습니다.




사진=허핑턴포스트(huffingtonpost.ca)

매디는 내 첫째였습니다.

내 첫째 아이.

내 첫째 기적.


임신한 사실을 안 순간, 초음파에 나타난 희미한 모습을 본 순간, 그리고 갓난아이가 그 둥그런 갈색 눈으로 나와 시선을 맞춘 순간까지 기적 같은 체험이 이어졌습니다.

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습니다.

매디가 아주 어렸을 때, 열심히 뛰다가 발이 걸려 얼굴부터 길바닥에 처박은 적이 있었죠. 놀라 소리를 지르며 내게 뛰어오는 매디를 손을 벌려 맞아주었습니다. 내 옷에 매디의 피가 묻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꼬마를 꼭 껴안았습니다. 몇 분 후, 매디는 진정이 됐고 기분도 나아졌어요.

매디가 크면서 학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거나 하면, 집에 돌아온 그녀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기분을 풀어주고 상담도 해 줬어요.




사진=허핑턴포스트(huffingtonpost.ca)

하지만 불안감과 우울증으로 매디가 점점 더 괴로워하는 걸 보면서, 나 혼자의 힘으로 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매디를 위로하는 데 아이스크림이나 엄마의 포옹, 아니 엄마의 조건 없는 사랑도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것입니다.

치료 상담원과 치료 프로그램을 알아봤고 정신 상담 대기자 명단에 매디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병원에도 같이 가고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상담도 했습니다. 그리고 늘 옆에서 안아주며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어요. 내가 너와 함께 있다고 말입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매디의 기분이 축 처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정신과 전문의 상담이 대기 상태라서 공식 병명을 못 선고받은 매디가 '불안 증세'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도 어려웠습니다. 또 나 자신의 스트레스와 피로도 대단했습니다.

매디가 자살 시도를 한 뒤에야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인식 행동 치료 전문가, 어린이 상담가 등이 동원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잠깐이었습니다. 매디의 상태가 호전됐다며 금방 병원에서는 퇴원을 권유했습니다. 난 매디의 상태를 관찰하며 차후의 조치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내게 물어요. 대체 어떤 힘과 용기를 갖고 있기에 죽은 딸의 이야기를 하느냐고 말입니다. 그러나 나와 같은 이런 체험을 이미 겪은 수많은 사람처럼 나도 남은 내 에너지를 쏟는 것입니다. 아이, 청년, 부모, 형제, 조부모, 친구, 커뮤니티 할 것 없이 그 누구도 이런 비극을 겪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사진=허핑턴포스트(huffingtonpost.ca)

청소년들이 정신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순간, 그 치료를 곧바로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대기 명단, 나이 제한, 치료자 분류 등은 사라져야 합니다.

또 가족병력이나 사망, 이혼, 폭력, 잦은 이사 등의 트라우마로 치유가 요구되는 아이들을 초기에 구별해야 합니다. 자기의 아이가 불안감이나 우울증 같은 증세로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정신병'에 대한 오명을 없애야 합니다.

이젠 학교에서 돌아와 가방을 던져놓고 주방을 어지르며 동생을 놀리던 매디는 없습니다. 그러나 매일, 매 순간 매디는 내 마음에 있습니다. 아침에 칫솔을 잡으면서, 무슨 옷을 입을까 결정하면서, 다른 모녀의 모습을 보면서 난 내 딸을 생각합니다.

딸아이를 한순간도 못 잊는 것이 힘들지만, 그 기억을 잃고 싶지는 않습니다.

매디는 내 첫째였습니다.

내 첫째 아이.

내 첫째 기적.

그러나 이젠 없어요.

엄마의 사랑만으론 부족했습니다.

모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부디 밝게 빛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