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는 없다...대형 거울이 무대 채운 색다른 오페라

최현정 기자
최현정 기자2016-11-01 10: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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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 무대에 으레 등장하는 세트는 없다. 그 대신 가로 22m, 세로 12m의 대형 거울만 놓여 있다.

 세계적 오페라 연출가인 헤닝 브록하우스의 연출로 1992년 초연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무대 풍경이다. 이탈리아의 마체라타 스페리스테리오 야외극장에서의 초연 당시 무대 위에 거대한 거울이 주는 독특한 시각적 효과가 화제를 모았다. 이후 이탈리아 로마, 일본 나고야, 미국 볼티모어, 스페인 발렌시아, 중국 베이징 등에서 재공연됐다.

 세종문화회관과 한국오페라단은 8∼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992년 공연됐던 ‘라 트라비아타’를 그대로 무대에 올린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브록하우스는 “내 ‘라 트라비아타’가 지금까지 공연된 것은 이 오페라를 무대언어로 새롭게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독일 출신으로 클라리넷을 전공한 브록하우스는 1975년 오페라 연출가로 변신한 뒤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등에서 활동했다.

‌ 브록하우스의 ‘라 트라비아타’가 시작되면 텅 빈 무대 위에 눕혀 놓은 대형 거울이 음악과 함께 천천히 올라간다. 거울은 지면에서 45도 올라가면 무대 위의 모습을 비춘다. 관객이 볼 수 있는 한정된 시각을 확장시켜 주는 효과를 준다. 바닥 장식과 그림이 바로 무대 세트처럼 보인다. 무대 위 성악가들의 모습을 앞에서 그리고 위에서 바라보는 신선함도 준다.  브록하우스는 “거울 안에는 두 개의 시선이 있다. 관객은 평소 볼 수 없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커튼 뒤에 숨어 엿보는 듯한 관음증적인 경험과 법정의 증인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3막 마지막에 비올레타가 죽음에 이르는 장면에서는 거울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거울이 90도로 완전히 세워져 관객은 거울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을 마주한다. 브록하우스는 “관객이 스스로의 감정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건축적 요소는 최대한 배제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는 정상급 성악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르몽 역에 카를로 구엘피, 알프레도에 루차노 간치, 비올레타에 글래디스 로시 등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성악가들이 다수 출연한다. 이탈리아 출신인 세바스티아노 데 필리피가 지휘하고,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3만∼28만 원. 02-399-1000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