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소녀가 독서퀸으로… “책이 내 꿈을 만들어줬어요”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1-01 1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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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원주시 장양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책 읽는 버스’에서 김향이 작가가 들려주는 ‘사랑나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아이들은 소나무와 등나무 옷을 각각 입고 역할극도 했다. 원주=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선생님은 어릴 적 꿈이 뭐였어요?”


 “동화 ‘내 이름은 나답게’에서 사마귀가 (피부에 난) 사마귀를 먹는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셨어요?”

 강원 원주시 지정초교와 장양초교에서 31일 열린 작가와의 만남에서 김향이 동화작가(64)에게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김 작가는 ‘달님은 알지요’, ‘쌀뱅이를 아시나요’, ‘구름 속에 새처럼 숨어 사는 집’으로 각종 아동문학상을 휩쓸었다. ‘내 이름은 나답게’, ‘큰일났어요’ 등이 해외에서 출간됐고 ‘비둘기 구구’, ‘마음이 담긴 도자기’ 등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유명 작가다.

 학생들은 처음 만난 작가 선생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날 작가와의 만남은 KB국민은행 후원으로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 마련한 ‘책 읽는 버스’에서 열렸다.


○“다르다는 건 배울 수 있다는 것”

 김 작가는 어릴 적 ‘왕따’를 당한 경험을 얘기했다. 

 “초등학교 때 전라도에서 서울로 이사 갔는데, 아이들이 사투리를 쓴다고 ‘촌뜨기’라고 놀렸어요. 학교 가기가 너무 싫어서 툭하면 아프다는 핑계로 결석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전교 조회에서 독후감상을 받게 됐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읽고 쓴 글이었다. 친구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그가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도서관에 데려가고 세계문학전집을 사 준 아버지 덕분이다.

 “‘하이디’를 읽으며 스위스를, ‘소공녀’를 보며 영국을,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보며 미국을 여행했어요. 커서 이 작가들 집을 꼭 가 보리라 다짐했고요. 내 꿈은 책이 만들어 준 거예요.”

 아이들은 등나무가 소나무를 타고 올라가며 옥죄다 소나무가 죽고, 솔방울에서 싹이 튼 아기 소나무를 등나무가 지켜 주는 이야기를 담은 ‘사랑나무’에 귀 기울였다.

 지정초에는 엄마가 필리핀, 중국에서 온 다문화 가정 학생이 여럿 있었다. 김 작가는 아이들을 앞으로 불러낸 후 말했다.

 “이 친구들은 엄마 나라 말, 아빠 나라 말을 할 줄 알아. 한 명 한 명이 엄마 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외교관이야. 아빠 나라 문화와 엄마 나라 문화를 서로서로 알려 주자.”

아이들은 “네에∼!” 하며 합창하듯 큰 소리로 답했다.


○“책에 대한 궁금증 풀려”

 지정초 6학년 홍연정 양은 “선생님 책을 읽다 궁금한 게 많았는데 직접 이야기를 듣게 돼 뿌듯하고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장양초 5학년 홍은제 양은 “‘사랑나무’에서 소나무가 죽은 건 가슴 아프지만 아기 소나무가 살아나서 다행이다”라며 안도하는 미소를 지었다. 이 학교 5학년 김예린 양은 “작가 선생님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도 글을 계속 쓰시는 게 대단해 보였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자 우르르 달려들어 사인을 해 달라며 종이를 내밀었다. 김 작가는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고 웃으며 사인해 줬다. 아이들은 그 종이를 상장처럼 들고는 신이 나서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원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수업 진행한 김향이 작가
 
“아이들 만날때마다 에너지와 영감 얻어”
 

 “아이들은 만날 때마다 제게 에너지와 영감을 줘요.”

 김향이 작가(64)는 31일 세 차례나 이어진 강의에도 지친 기색 없이 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한국인이 책을 안 읽는 게 너무 속상해 책 읽기 운동에 나섰다고 했다. 

 “생각 없이 살다 보면 작은 일에도 좌절할 가능성이 높아요. 어떻게 살지 계속 자극을 주는 데 책만 한 게 없잖아요.”

 그는 올해 5월 서울에서 강원 원주로 이사했다. 1300개 넘게 소장하고 있는 인형으로 인형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부모와 인형놀이를 하고 직접 기른 채소로 요리 수업도 하고 싶어 했다. 헌 옷과 각종 재활용품으로 인형과 장난감을 만드는 수업도 할 계획이다.

 “사랑받다 버려지는 것들을 되살리고 싶어요. 물건뿐 아니라 사람도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작품에서도 삶에서도, 늘 해피 엔딩을 꿈꾼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