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네이터가 돌아왔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0-28 17: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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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이 떨어진 축구 국가대표팀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차미네이터’ 차두리(36·은퇴)를 소방수로 투입했다.  대한축구협회는 27일 “전 국가대표 선수 차두리를 대표팀의 전력분석관으로 선임했다. 임기는 다음 달 7일 대표팀 소집일부터 내년 9월 5일 한국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까지다”라고 밝혔다.  차두리의 직책은 전력분석관이지만 사실상 코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차두리는 현재 유럽축구연맹(UEFA) B급 지도자 자격증을 갖고 있다. 대표팀 코치가 되기 위해서는 A급 자격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력분석관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차두리가 내년에 A급 자격증을 따게 되면 코치로 보직을 변경할 계획이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이란의 자바드 네쿠남이 은퇴 후 코치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팀에도 형님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도 차두리의 합류를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3위에 머물러 있는 대표팀은 다음 달 1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지면 월드컵 본선 직행을 장담할 수 없다. 또한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 4차전에서 이란에 패한 뒤 원인을 선수에게 돌리는 발언을 하면서 리더십이 크게 흔들렸다. 사령탑의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과 소통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대한축구협회는 차두리를 감독과 선수 사이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적임자로 선택한 것이다.  

독일에서 태어난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의 모국어인 독일어에 능통해 통역을 거치지 않고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또한 지난해 아시안컵에서 대표팀 선수로 활약해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을 잘 이해하고 있다. 차두리는 “은퇴한 뒤에도 슈틸리케 감독님과 자주 만났고, 이란전 이후에도 대화를 나눴다”면서 “아버지가 (감독으로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기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님의 심경을 알 수 있다. 팀 내부에서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차두리의 아버지인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은 1998 프랑스 월드컵 때 성적 부진으로 대회 도중 경질됐다.



 아시안컵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톡톡히 했던 차두리는 유럽리그와 K리그에서 모두 뛴 경력 덕분에 대표팀의 해외파와 국내파를 가리지 않고 친분을 유지했다. 아시안컵 당시 대표팀 선수들은 “은퇴를 앞둔 두리 형을 위해 뛰겠다”며 합심해 준우승을 이뤄냈다. 차두리는 최근까지도 후배들과 연락을 주고받았기 때문에 현 대표팀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는 “이란전 패배 이후 선수들이 많이 위축돼 있다. 후배들이 자신의 가치와 태극마크의 책임감을 인식해 자신감을 찾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슈틸리케 감독의 직설적 발언을 받아들이는 선수들의 자세도 프로 선수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독님의 발언에 기분이 나쁠 수 있다. 그러나 사령탑의 생각 때문에 경기력이 안 나온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극을 받고 더 잘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차두리의 합류는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팀은 차두리(A매치 76경기 4골)가 은퇴한 이후 그를 대체할 측면 수비수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현역 시절 강한 몸싸움과 빠른 스피드로 측면을 든든히 지킨 차두리는 현 대표팀의 측면 수비수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할 수도 있다. 차두리는 “지도자 수업을 받으면서 다시 그라운드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행복했다. 하지만 이란전 이후 후배들과 통화하면서 처음으로 ‘후배들이 대표팀에 안착할 때까지 선수 생활을 더 했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다시 한번 후배들과 뭉쳐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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