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지쳐버린 30대 ‘얼리힐링족’ 이야기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0-28 13: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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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후반이면 결혼해서 30대에 가정이나 직장에서 삶의 안정을 찾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그 대신 치열한 경쟁과 경제적 난관에 지쳐 ‘혼밥’ ‘혼술’로 삶을 달래보지만 그래도 긴 인생을 포기하지 못해 자기계발과 재테크에 매달리고, 그러다 또 너무 지쳐 훌쩍 먼 나라로 해외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이 30대의 새로운 모습입니다. 

‌그래서 30대는 중년이 되기도 전에 지쳐 자신만의 위로와 가치를 좇는 ‘얼리힐링(early healing)족’입니다. 

 30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은 실제 소비 데이터에서도 드러납니다. 한국트렌드연구소가 BC카드 빅데이터센터와 3년간 카드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보았더니 불황에도 30대의 여행 관련 소비는 매년 10% 가까이 꾸준히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운동, 취미 등의 영역에서 헬스장에서 몸 만들기나 골프 연습과 같은 혼자서 하는 활동은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 대표적인 자기계발 분야인 외국어학원 이용은 20%나 늘어났고 서적 분야에서도 결제가 31% 늘었습니다. ‘예스24’에서 분석한 올 상반기(1∼6월) 30대들의 구매 목록을 보면 힐링과 자기계발 성격이 섞인 혜민 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1위), ‘미움 받을 용기’(2위), ‘5년 후 나에게 Q&A a day’(6위) 같은 도서들이 베스트셀러입니다.

 얼리힐링족이 늘어나는 이유는 네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늦어지는 결혼, 직장과 경제적 불안정성, 빠르게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부담감, 인생을 즐기고 싶다는 욕망이 그것입니다.

‌ 인생이 불안하다보니 자기계발서에 낚였다가 힐링서에서 위안을 찾는 패턴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한국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진 트웬지 교수팀에 따르면 1972∼2014년 1300만 명을 조사한 결과 최근 몇 년간 30대의 행복도가 꾸준히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가정을 꾸리며 안정을 찾고자 하는 욕구는 많은데 그럴 여건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얼리힐링족의 행복 찾기는 세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