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의사가 죽기전 남긴 에세이집 화제 “온전한 삶은…”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0-26 09: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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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폴 칼라니티(오른쪽)와 아내 루시, 딸 케이디. 폴은 책 마지막에 케이디에게 보내는 글을 남겼다.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을 줬고,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편히 쉴 수 있게 됐다.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루시는 자연스럽게 이 글을 외웠다고 했다. ⓒSuszi Lurie McFadden 
베스트셀러 에세이 ‘숨결이 바람 될 때’ 남기고 떠난 저자의 아내 인터뷰 
《 지난해 38세로 세상을 떠난 미국 신경외과 의사가 죽음을 앞두고 삶을 따스하고 깊이 있게 성찰한 에세이 ‘숨결이 바람 될 때’(폴 칼라니티 지음·흐름출판)가 출간 2개월 만에 7만 권이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은 미국에서 이미 큰 화제가 됐다. 뉴욕타임스가 발표하는 논픽션 출판 부문에서 12주간 1위에 올랐고, 아마존에는 독자 리뷰만 4700여 건이 올라 있다.

 레지던트 막바지에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저자는 암 치료 전 정자은행에 정자를 보관해 딸을 가졌다. 통증이 진정되자 수술을 하고 글을 쓰며 일상을 담담히 이어갔다. 그가 끝내 완성하지 못한 글은 아내 루시(37)가 마무리했다. 의사인 루시와의 e메일 인터뷰를 그의 육성으로 정리했다. 》 


 한국 독자들이 책을 사랑해주신다는 말을 듣고 눈물이 났습니다. 미국에서 출간 전, 저작권 대리인에게 책에 대한 반응이 좋을지 물었더니 ‘글쎄요. 독자들이 최근에 죽은 남자의 회고록을 읽고 싶어 하는지에 달렸겠죠’라고 하더군요. 두려웠어요. 책이 이렇게 사랑받는 걸 알면 폴은 기뻐서 아무 말도 못했을 거예요.

 그가 떠난 지 19개월이 됐네요. 지난해 결혼기념일에는 폴의 무덤에서 많이 울었지만 올해는 두 살 된 딸 케이디와 춤을 추며 기념했어요.

 요즘 의사로, 엄마로, 또 폴의 책을 소개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답니다. 특히 의사의 역할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의료는 사람들이 최선의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믿어요. 폴의 담당 의사는 손 신경을 손상시키는 약을 쓰지 않아 폴이 신경외과 의사로 계속 일할 수 있게 했거든요.

 폴은 연명의료를 거부했어요. 몸이 급격히 약해지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으니까요. 그 대신 케이디를 안는 길을 택했죠. 가슴 아프긴 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맞춰 치료 방법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확신했어요. 

 출판사에서 에필로그를 써 달라고 했을 때 잘 해낼지 확신이 없었어요. 저는 폴 같은 작가가 아니니까요(폴은 영문학과 철학도 전공했다). 남편은 솔직하고 용감하게 썼어요. 자신이 죽는 과정을 쓸 수 있었다면 아마 썼을 거예요. 저는 에필로그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남편이 죽었다고 내 결혼 생활이 끝난 건 아니다’)에서 제 경험을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제게 책을 쓸 거냐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요, 지금으로선 계획이 없어요. 저는 말하기를 더 좋아하거든요!

 참, 폴의 동생이 얼마 전 한국계 미국인 여성과 결혼했어요. 한국에 가족이 생겨 행복해요.

 폴이 떠난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를 갖기로 결정했을 때 물었어요. ‘아이와 이별하면 눈을 감는 게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폴은 답했어요. ‘그러면 멋지지 않을까?’ 그는 온전한 삶이란 기쁨과 고통 모두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 했어요.

 케이디가 옆에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아빠처럼 재미있는 아이예요. 유머가 많았던 폴은 차 트렁크에 고릴라 옷을 넣고 다녔어요. ‘비상시에 쓴다’면서요. 케이디는 내 이름을 알게 된 뒤로는 관심을 끌고 싶을 때 ‘엄마’ 대신 ‘루시’라고 부른다니까요.

 딸을 연민을 느낄 줄 알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아빠가 자신을 아주 많이 사랑했고, 열심히 사는 게 중요하다는 말도 해줄 거예요. 폴의 글에 담긴 핵심은 ‘사랑과 노력’이니까요. 지금 폴에게 이 말을 너무나 하고 싶어요. ‘사랑해. 잘했어.’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