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으로 내집마련? 작아도 다 있는 ‘땅콩집’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0-24 10: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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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윤정상 씨(53)의 ‘5평 집’. 땅값을 포함해 집을 짓는 데 모두 2억7000만 원이 들었다. 세련된 외관과 실용적인 인테리어로 지난해 서울시 건축상 시민공감특별상을 수상했다. 토맥건축사무소 제공
직장인 윤정상 씨(53)는 지난해 7월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3층 높이의 단독주택을 지었습니다. 일본 유학시절 작지만 개성 있는 ‘협소(compact) 주택’에 매력을 느낀 뒤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마침 재개발이 취소돼 싸게 나온 37m² 크기의 땅에다 거실, 부엌 등을 층별로 배치하고 동선을 고려해 최소한의 가구만 배치했습니다.

땅값을 포함해 집을 짓는 데 든 돈은 모두 2억7000만 원. 윤 씨는 “집이 좁지만 아내와 둘이 살기엔 전혀 불편하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집을 설계한 건축가가 검토한 집 이름은 ‘우물집.’ 우물터만 한 작은 땅에 들어선 집이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이 집은 동네 주민들에게 ‘다섯 평 집’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1층 바닥 면적이 17.3m²로 ‘5평(16.2m²)’을 조금 넘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윤 씨의 ‘5평 집’처럼 66m² 이하 규모의 도심 자투리땅에 4층 이하로 짓는 집을 협소주택이라고 합니다. 주로 구도심 저층 연립주택 사이나 이면도로와 인접한 작은 땅에 들어서는데요. 2000년대 후반 일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 건축상 시민공감특별상을 받은 윤 씨의 집을 포함해 종로구, 서대문구 등 서울 구도심에 들어선 세련된 외관의 협소주택이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전세난 속에서 아파트 전세금 정도로 서울 도심에 내가 원하는 디자인의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입니다. 관련 서적도 늘었습니다. 양재호 토맥 건축사사무소장은 “젊은층의 문의가 일주일에 2, 3건 정도 들어올 정도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윤정상 씨(53)의 ‘5평 집’. 땅값을 포함해 집을 짓는 데 모두 2억7000만 원이 들었다. 세련된 외관과 실용적인 인테리어로 지난해 서울시 건축상 시민공감특별상을 수상했다. 토맥건축사무소 제공

하지만 서울시내에 협소주택을 짓기엔 현실적인 제약이 만만치 않습니다. 첫 번째는 비용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월 현재 서울 땅값은 3.3m²당 평균 1323만 원이라고 합니다. 협소주택을 짓는 데 보통 66m²의 땅이 필요하기 때문에 땅값만 2억 원이 훌쩍 넘어갑니다. 여기에다 건축비도 2억∼3억 원 정도 듭니다.

각종 규제도 문제입니다. 단독주택은 연면적이 50m²을 넘으면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인접 건물과 50cm 간격을 둬야 합니다. 인접 도로 폭도 4m를 유지해야 합니다. 애초 계획보다 많은 땅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는 것입니다. 윤 씨 역시 37m²의 터에 23m² 크기의 집을 지으려고 했지만 각종 규제 때문에 설계 과정에서 집 크기를 줄여야 했습니다.

이렇듯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고 절차가 복잡해 아파트로 눈길을 돌리거나 돈이 있더라도 마땅한 땅을 찾지 못해 집 짓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 소장은 “실제로 협소주택을 짓는 사람들을 보면 땅을 갖고 있거나 증여받은 경우가 많다”라며 “각종 규제와 예산 등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협소주택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협소주택은 4인 미만 가구가 느는 상황에서 주거난을 해결하고 구도심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라며 “활성화를 위해 서울 내 지역별로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강성휘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