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놀이 하라면 아이를 맞히는 아빠들 꼭 있습니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0-19 13: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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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모처럼의 휴일. 아빠는 다섯 살 난 아들과 놀이터에서 고무공을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몇 번 아이와 공을 주고받는 것 같더니 아빠는 장난스럽게 아이 이마에 공을 맞힙니다. “아야!” 아이가 인상을 찌푸리자 “미안, 미안, 아빠 실수! 다시 하자”라고 말하고는 다시 아이 이마를 맞힙니다. 그러고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깔깔거립니다. 약이 잔뜩 오른 아이는 도망가는 아빠를 쫓으며 공을 마구 던집니다. 아빠는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아이가 던진 공을 주워 또 아이를 맞힌다. 결국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공을 가지고 놀아 주라고 하면 꼭 아이를 맞히는 아빠들, 꼭 있습니다. 장난감 칼을 가지고 놀 때는 꼭 아이를 찌르는 시늉을 합니다. 공룡이나 악어 인형을 가지고 놀 때는 인형 입을 쫙 벌리고 으르렁거리며 아이를 물 것처럼 덤벼듭니다. 또 아이가 놀다가 흥분하여 혹여 때리기라도 하면 지나치게 정색하며 아이를 혼내거나 화를 내는 아빠들도 있습니다. 블록같이 뭔가 만들면서 놀아 주어야 할 때는 본인이 너무 심취한 나머지 1시간 넘게 혼자 만들기만 합니다. 1시간을 조립했으면 아이와 1시간 놀아 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행동은 아이와 놀아 준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아이와의 놀이’를 너무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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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의 놀이를 놀이답게 하려면 몇 가지는 기억했으면 합니다. 첫째, 놀아 주는 그 시간이 아이도 나도 즐거워야 합니다. 꼭 엄청 재미난 놀이를 해야 즐거운 것은 아닙니다. 내 아이와의 놀이는 대부분 즐거워야 합니다. 만약 매번 아이와 노는 것이 귀찮고 재미없고, 놀아 줘도 아이가 자꾸 짜증을 낸다면 나와 아이의 상호작용이나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둘째, 놀이의 주도권은 반드시 아이에게 있어야 합니다.부모는 약간 뒤따라가야 합니다. 아이가 소꿉장난을 하고 싶어 하면 그걸 하면 됩니다. “아빠도 이거 해볼까? 어떻게 하면 되니? 아빠는 뭐 맡을까?”라고 물어서 아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게 합니다. 놀이 수준도 아이에게 맞춰져야 합니다. 공이나 몸 놀이 등 신체놀이를 하다 보면 아이와 부모의 수준이 많이 다를 때가 있습니다. 이때는 당연히 아이 수준에 맞춰야 합니다. 아이와 놀 때는 늘 아이에게 주파수를 맞추고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놀이 중에는 반드시 아이의 생각이나 감정, 행동을 반영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뭘 고르면 “아, 네가 이것에 관심이 있구나”라고 해주고 아이가 뭔가를 던지면 “와, 잘 던지네. 조금만 더 세게 해볼까? 잘하는구나” 하면서 아이의 생각이나 행동을 읽어줍니다. 그래야 놀이를 하면서 어떤 성취감도 느끼고 능력도 발달시켜 나갑니다. 아이와 놀아 준다고 하면서 부모 본인만 재미있어 어쩔 줄 모르거나 혼자만 몰입해서 아이는 뒷전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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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놀다가 때렸을 때는 지나치게 정색을 하는 것도, 그냥 넘어가는 것도, “하지∼ 마”라고 하면서 피해 다니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규칙을 가르쳐 줘야 합니다. “아빠는 너랑 노는 것이 좋아. 오늘 너무 즐거워. 그런데 놀 때는 규칙이 있어. 사람을 때리면 안 되는 거야. 너도 때리면 안 되고, 나도 때리면 안 돼. 잘 지키자” 하고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놀아 줘야 합니다.

넷째, 놀이 속에는 아이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합니다. 존중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과 감정, 행동에 대한 것이 나와 달라도, 아니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인정해 주고 잘 받아 주고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아빠는 재밌지만 아이가 싫어하면 “아, 너는 이게 싫구나. 안 할게”라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를 공으로 맞히거나 장난감 칼로 찌르는 행동은 아이가 싫어하면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 마”라고 말하는 아이는 그 행동을 놀림이나 공격으로 느끼는 겁니다. 하지 말라고 했을 때 부모가 계속하면 아이는 무력해지고 자존심까지 상할 수 있으므로 바로 멈춰야 합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섬네일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