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예보와 ‘엉덩이 뽕’, 대체 무슨 관계인디?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0-19 11: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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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의 화신’에서 기상캐스터 표나리(공효진)는 엉덩이와 가슴을 부각하기 위해 몸을 한껏 내밀고 날씨 뉴스를 진행한다. 이 장면은 기상캐스터를 비하한다며 인터넷에서 논란이 됐다. SBS 제공
드라마 ‘질투의 화신’ 속 기상캐스터 표나리(공효진)의 방송 준비는 좀 독특하다. 블라우스 뒤를 커다란 집게로 집어 몸매를 부각하거나 엉덩이에는 ‘엉덩이 뽕’을 넣어 볼륨을 살리는 식이다. 그런 그에게 PD는 더 자극적인 포즈를 요구한다. 뉴스와 스포츠, 게임채널 할 것 없이 여기에 출연하는 여성 방송인들은 남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려한 외모와 복장이 먼저 눈에 띄는 게 현실이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엔 여성 방송인들의 복장과 외모를 노골적으로 ‘품평’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게임채널의 한 캐스터를 두고는 ‘가슴이 파인 복장을 입어 오늘 1위를 준다’ ‘가슴만 봐서 방송 내용은 하나도 모르겠다’는 후기 글을 남기는 식이다.



한 케이블 채널의 2년 차 아나운서 A 씨(26)는 ‘질투의 화신’을 보며 여성 방송인을 비하하는 묘사에 화났지만, 따져 보면 아예 허구라곤 할 수 없어 씁쓸했다고 했다. “아나운서가 되고 나서도 끊임없이 ‘보여지는 것’에 신경 써야 해요. 남성들보다 수십 배는 더요. 화장법과 패션에 더 신경 쓰고 있는 걸 느끼면서 자괴감이 들 때도 있어요.”

백미숙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이런 현상에 우려를 표했다. “과거엔 김동완 기상통보관처럼 나이 지긋한 남성이 날씨를 예보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상상할 수 없게 됐죠. 뉴스 보도 역시 외국에선 50대 여성들이 메인뉴스 앵커를 맡거나 동년배의 남성 앵커와 짝을 이뤄 방송을 하지만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든 일이죠.”

한국만의 기현상일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먼 나라 멕시코에서 비슷한 사례가 접수됐다. 몸매가 부각되는 옷을 주로 입던 야네트 가르시아라는 기상 캐스터의 엉덩이 보형물 착용 여부가 화제가 된 것. 이 때문에 멕시코에선 시청률이 가장 높은 프로그램은 기상예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집트의 공영방송은 여성 앵커 8명에게 ‘채널 이미지를 둔하게 한다’는 이유로 다이어트 명령을 내리고 한 달간 업무를 정지시켜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이게 지구적인 현상이란 말인가…. 절망한 에이전트들에게 최근 화제가 된 동영상 하나가 도착했다.

영국 BBC 지역방송인 ‘BBC 노스웨스트 투나이트’에서 5월부터 기상캐스터를 맡고 있는 루시 마틴의 예보였다. 그가 다른 캐스터들과 다른 점은 오른쪽 팔꿈치 아랫 부분이 없다는 점이다. 수수한 의상을 입은 그는 능숙하게 날씨 소식을 전했다.

‘방송인에게 외모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는 않다’며 보고서를 훈훈하게 마무리하는데 에이전트들의 뒤로 꽂히는 아나운서 지망생 B 씨의 한마디.

“저도 인상적이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 방송에서 미모가 중요치 않다는 건 그저 이론이에요. 우리 방송에 루시 마틴 같은 분이 기상캐스터로 나온다면 사람들 반응이 과연 어떨까요?”

장선희 sun10@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