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망 공부법’ 조승연 작가의 인생을 바꾼 시(詩)

최현정 기자
최현정 기자2016-10-13 10: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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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말하는 대로’
JTBC ‘말하는 대로’(12일 방송 분)에 출연한 조승연 작가가 자신의 인생을 바꾼 순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조승연 작가는 ‘그물망 공부법’ ,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등 총 25권의 책을 낸 인기 작가입니다. ‌그는 미국 뉴욕 대학 유학 시절 형편이 하도 어려워 이란 친구의 삼촌이 하는 양탄자 공장에서 컨테이너지기로 나서기도 했다고 합니다.

돈이 너무 없어 상당히 힘든 시절을 보냈던 조승연 작가는 "왜 이렇게 힘들까 생각해보니 문화 생활이 없더라"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겨우 10만원을 보내 주면 그 돈을 길게 쓸까만 고민하다가, 영화관에서 만원 내면 2시간 정도 노는데 책을 사서 읽으면 만원으로 다섯 시간을 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어려운 책을 헌책방에서 사서 컨테이너에서 읽었습니다. 

‌‌그 시절 그를 사로잡은 건 바로 보들레르의 시 ‘여행’이었습니다. 그는 이 시를 읽다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 줄 몰랐다. 계속 곱씹다가 머릿속에서 뭔가 팍 튀었다. 지금까지 인생을 천국과 지옥으로 나눴다. 돈이 많은 사람의 인생은 천국이고 아닌 사람의 인생은 지옥이구나 이렇게 생각했다. 보들레는 미지의 끝에서 새로운 것만 발견할 수 있다면이라고 하더라."

그에게 깨달음을 준 시 보들레르의 '여행' 일부를 소개합니다. 

1
지도와 판화를 사랑하는 아이에겐
우주가 그의 엄청난 식욕과 같은 것.
아! 등물 아래 비치는 세계는 얼마나 큰가!
추억의 눈으로 본 세계는 그토록 작은데!

어느 아침 우리는 떠난다, 머릿속은 활활 타오르고
마음은 원한과 서글픈 욕망으로 가득한 채,
그리고 우리는 간다, 물결치는 파도의 선율을 따라,
유한한 바다 위에 무한한 우리 마음을 흔들며

어떤 사람은 혐오스런 조국에서 달아나 즐겁고
어떤 사람들은 요람의 공포에서, 또 어떤 사람들,
계집의 눈에 빠져 있는 점성가들은
위험한 향기 피우는 저항할 수 없는 시르세에게서 달아나 즐겁다.

짐승으로 변하지 않으려 그들은 취한다,
공간과 햇빛과 타오르는 하늘에
추위가 살을 에고 햇볕에 구릿빛으로 그을려
입맞춤의 흔적도 서서히 지워져간다.

그러나 진정한 여행자들은 오직 떠나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마음도 가볍게, 풍선처럼,
주어진 숙명을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까닭도 모르는 채 늘 “가자!” 하고 외친다.

그들의 욕망은 떠도는 구름의 형상을 하고,
대포를 꿈꾸는 신병처럼, 그들은 꿈꾼다,
어떤 인간도 일찍이 그 이름 알지 못했던
저 미지의 변덕스런 끝없는 쾌락을!

‌(중략)

‌8.
‌오 '죽음'이여, 늙은 선장이여, 때가 되었다! 닻을 올리자!
우리는 이 고장이 지겹다, 오 '죽음'이여! 떠날 차비를 하자!
하늘과 바다는 비록 먹물처럼 검다 해도,
네가 아는 우리 마음은 빛으로 가득 차 있다!

네 독을 우리에게 쏟아 기운을 북돋워주렴!
이토록 그 불꽃이 우리 머리를 불태우니,
'지옥'이건'천국'이건 아무려면 어떠랴? 심연 깊숙이
'미지'의 바닥에 잠기리라,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보들레르의 시 '여행'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