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출신이 감히 발레 주역을?” 편견을 이긴 그녀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0-11 13: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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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와 발레 무대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것만 같다”는 게 스테파니 김의 말이다. 그는 “발레는 몸으로만 표현해야 하고 콘서트와 달리 무대에서 즉각적인 반응도 오지 않는다”며 “어렸을 때부터 발레를 배워 발레 무대에 서는 느낌이 더 좋다”고 했다. 댄스시어터샤하르 제공
‘연예인이 아닌 발레리나가 무대에 있구나’
‌라고 느끼게 만들 자신 있어요.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연예인이 무슨 발레를…’이란 시선이 있다는 걸 알아요. (깊은 한숨) 하지만 ‘연예인이 아닌 발레리나가 무대에 있구나’라고 느끼게 만들 자신 있어요.” 스테파니 김(김보경·29)은 2000년대 중반 여성 아이돌그룹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의 멤버로 활동했습니다. 현재도 연예인과 가수로 TV에서 활동 중입니다. 그는 18, 19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창작 발레 ‘한여름밤의 호두까기 인형’에서 발레리나로 무대에 오릅니다. 단역이나 조연도 아닌 주인공인데요. 5일 서울 강남의 한 발레연습실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출연 제의를 받고 망설였어요. 하지만 10년 전 가수 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노래와 발레를 함께 하고 싶었거든요. 이번이 그 꿈을 이룰 기회라고 생각해요.”

스테파니 김(앞)은 2011 로스앤젤레스발레단 시절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역으로 활동했다. 스테파니 김 제공
다섯 살 때 발레를 시작한 그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유스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하며 ‘한여름밤의 꿈’ ‘코펠리아’ 등 여러 작품에서 주역으로 섰습니다. 16∼21세 무용수가 활동하는 미국 ‘보스턴 발레단Ⅱ’의 입단 제의를 받을 만큼 실력도 인정받았습니다.

‌“발레도 좋았지만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했어요. SM엔터테인먼트에서 주최한 가수선발대회에서 1등을 하면서 가수 제안이 왔고, 연예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진로를 바꿨죠.”

2005년 데뷔해 잠시 인기를 얻었지만 2008년 허리 부상으로 활동을 접었습니다. 가족이 있는 미국 샌디에이고로 돌아간 그는 재활치료에 전념했다. 다시 발레에 눈을 돌렸습니다.

“치료 목적으로 발레를 다시 했어요. 영유아들을 가르칠 수 있는 발레 교습 자격증도 땄죠.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발레리나로서의 열정이 생기더라고요. 1년간 엄청나게 연습했죠.”

2010년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또 미국 로스앤젤레스발레단 오디션도 통과했습니다. 1년 반 정도 활동하며 ‘호두까기 인형’ 등 여러 작품에서 주역을 맡았습니다. 2011년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초청공연’에서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강효정 등과 무대에 올랐습니다.

“발레리나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지만 부상으로 접었던 가수에 다시 도전하고 싶었어요. 발레단을 나와 다시 한국으로 갔죠. 그런데 제가 다시 토슈즈를 신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5년 만에 발레에 복귀한 그는 TV 출연 등으로 바쁘지만 “사흘에 5시간 잔다”라고 할 정도로 발레 연습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를 발탁한 지우영 댄스시어터샤하르 예술감독은 “스테파니의 발레 영상을 보고 꼭 출연시키고 싶었다. 발레는 물론이고 연기력까지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연예계 활동을 본업으로 계속할 예정이지만 기회가 있으면 발레도 병행하고 싶어 했습니다. “언젠가는 가수활동을 하며 생긴 인맥과 경험을 바탕으로 발레와 연관된 활동을 하고 싶어요. TV에서 발레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꼭 진행하고 싶어요. 불러만 주면 발레 무대에도 계속 서야죠.”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