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는 사람 사이 잇는 행복의 언어랍니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0-10 13: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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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서 이란영화 ‘순례길에서 생긴 일’ 선보인 카말 타브리지 감독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이란 카말 타브리지 감독은 “한국 영화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 놀랍고 인상적”이라며 “특히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통해 한국 영화를 접해 왔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다 만들어놓고 8년간 빛을 보지 못했던 영화가 있다.

 이란 영화 ‘순례길에서 생긴 일’(2009년)이다. 신(神)과는 거리가 먼, 세속적인 삶을 살던 정부 관료가 얼떨결에 메카로 순례길에 오르면서 겪는 우여곡절을 유머러스하게 다룬 영화다. 이란 정부는 숭고한 성지 순례를 코믹하게 다뤘다는 이유로 무려 8년간 상영 금지 조치를 내렸다. 정권이 바뀐 올봄에야 이 영화는 자국에서 처음 관객을 만났다.

 “당시 상영 금지 소식에 크게 실망하고 화가 났어요. 전통적인 의식이라도 신과 만나는 행위는 각자 자유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종교의식을 다루는 영화라고 꼭 성스러운 분위기에 짓눌려야 하나요?”

정부 관리의 메카 순례를 코믹하게 다룬 영화 ‘순례길에서 생긴 일’.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선보인 카말 타브리지 감독(57)은 8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오랜 상영 금지 이후의 소감을 밝혔다. “인생은 유머러스한 거예요. 모든 걸 쉽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면 인생이 편해지잖아요. 전쟁도 사람들이 너무 심각해져 극단으로 치달을 때 벌어집니다. 유머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가장 좋은 수단이자 ‘행복의 언어’죠.”

 극 중 주인공 살람 사파는 식품학 박사이자 정부 공무원으로 사회 지도층의 삶을 산다. 하지만 기도 시간에 꾸벅꾸벅 졸거나, 기도를 알리는 ‘아잔’ 소리에 귀찮은 표정부터 지어 보이는 인물이다. 성지 순례도 장관의 추천으로 억지로 떠난다.

 “일부러 여자관계도 복잡하고 특권의식으로 가득 찬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어요. 굉장히 세속적으로 살아온 사람이 신을 만나며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거든요.”



정부 관리의 메카 순례를 코믹하게 다룬 영화 ‘순례길에서 생긴 일’.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감독은 이 영화에 직접 출연도 했다. 이란의 핵 보유를 둘러싼 서방의 압력에 불만을 토로하는 코믹한 외무부 장관 역할이다. “당시 이란 정치인들은 너무 심각했어요. 핵 문제를 다른 국가들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아무도 몰랐죠. 불행인지 다행인지 8년이 지나고 최근 관객들을 만날 땐 핵 문제가 모두 해결돼 있더군요.(웃음)”

 인터뷰 중 국내 관객에게 다소 생소한 이란 영화 자랑이 다소 길게 이어졌다. 그는 “이란 감독의 90%는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창성이 남다른 영화를 만든다”고 했다.

 “이란 영화는 이란 내부의 사회, 문화적 문제를 주로 다뤄 다른 나라에서 베낄 수도 없습니다. 한국인이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이란의 모습은 왜곡된 면도 있어요. 이란 영화를 통해 진짜 이란 사회를 들여다봤으면 좋겠습니다.”

 타브리지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최근 갈등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예술은 정치 너머의 것으로 삶의 균형을 맞춰줍니다. 정치와 예술의 거리는 멀수록 좋다고나 할까요. 한국에 오기 전 세세한 소식까지 다 챙겨 보았습니다. 한국 영화의 놀라운 발전을 엿볼 수 있는 영화제를 둘러싸고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고요.(웃음)”
 
부산=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