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대신 ‘아탕’…한국에서 돌풍일으킨 프랑스 양육법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0-10 09: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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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자 셀린 알바레즈 ‘아이들의 자연 법칙’ 
 한때 프랑스 교육법이 한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조르거나 보채는 것을 절대 받아 주지 않는 엄격함과 강한 규율이 핵심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해 보니 실제로 식당에서 뛰어다니거나 떠드는 아이를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아이들의 입을 막으려면 휴대전화로 뽀로로 만화를 보여 줘야 하는 우리와 달리 프랑스 부모는 한마디면 됩니다. “아탕(기다려).”

 그러나 그런 규율 뒤에 숨겨진 또 하나의 교육 방식이 있었으니 바로 자율성 강화입니다. 4세부터 부모와 떨어져 유치원에서 단체 여행을 갑니다. 그것도 5일씩이나.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고 우는 아이도 있지만 부모도 유치원도 그러려니 하죠. 아침에 일어나면 옷이나 신발도 아이들 스스로 입습니다. 그 속에는 애에게만 내 시간을 투자할 수 없다는 부모의 개인주의도 한몫합니다. 좋게 말하면 아이에게 희생하고, 나쁘게 말하면 아이의 인생에 간섭하는 우리 부모보다 부모와 자식 관계가 훨씬 독립적입니다.

 이런 프랑스를 강타한 책이 새로 나왔으니 언어학자 셀린 알바레즈의 ‘아이들의 자연 법칙’입니다. 지난달 프랑스에서 책이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이 책의 요지는 지금보다 아이들에게 더 개입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두라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꾸 훈계하고 가르치면 잠재력을 억제한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이 책은 알바레즈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파리 북쪽 외곽의 가난한 지역인 준빌리에르에서 교육부의 도움으로 실험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언어학자 셀린 알바레즈의 ‘아이들의 자연 법칙’(사진)


 이 실험은 3∼5세를 한 반에서 같이 가르칩니다. 어릴 때는 연령에 따라 발육과 지능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세분해서 수준별 수업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알바레즈는 여러 연령의 아이들이 함께 수업을 받는 게 훨씬 좋다고 강조합니다.

 핵심은 상호작용입니다. 지금 유치원은 같은 연령의 아이들만 넣고 수업은 주로 선생님 위주로 진행됩니다. 한두 명의 선생님이 25명 안팎의 아이와 상호작용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알바레즈 교육법은 친구뿐 아니라 언니 오빠 동생과 함께 생활하면서 설교 위주의 엄격한 분위기가 아닌 생기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함께 웃고 돕고 일하고 나누면서 자율성과 사회성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알바레즈는 매년 학습법의 결과를 측정했는데 교육 효과가 탁월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해부터 소리에 대한 인식, 숫자에 대한 이해, 단기 기억 등이 학년별로 수업 받던 아이들보다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3년 수업을 마치고 보니 수학은 최소한 한 학년, 읽기 능력은 일반 아이들보다 1년 반을 앞섰습니다. 둘째 아이가 대체로 첫째 아이보다 말도 빠르고 눈치도 빠른 것과 비슷한 효과일까요.

 알바레즈의 또 다른 팁을 소개하면 3세부터 아이들이 집안일을 하도록 한 아이들은 집안일을 안 하거나 더 나이 들어 시작한 아이들보다 자기 통제, 책임감, 자율성이 높았습니다. 역시 가족, 친구와의 상호작용이 핵심이죠.

 보통 3∼5세 아이들이 옷 단추를 채우려고 할 때 부모는 시간이 없다면서 직접 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바레즈는 아이들이 뭔가 시도하다가 장애물이 닥치면 인간 지능이 반응을 하는데 이때 부정적인 지시자가 개입하면 안 된다고 충고합니다. 성공했을 때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알바레즈는 부모가 이런 자세로 자식을 도와줘야 한다고 정의했습니다.

‌“넌 할 수 있단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너는 그것을 해야만 하고 나는 네가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단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