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 후임은 포르투갈 총리 출신 '난민의 아버지'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0-07 11: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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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유엔 사무총장 구테헤스
10년간 유엔난민기구 이끌어 공직경험-리더십 높은 평가
7개월 경선레이스 선두 달려… 유일하게 상임이사국 반대 없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2) 후임에 포르투갈 총리 출신인 ‘난민의 아버지’ 안토니우 구테헤스 전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67·사진)가 선출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정식 의결을 거쳐 구테헤스 전 최고대표를 9대 총장 내정자로 유엔총회에 추천했다고 밝혔다. 구테헤스 내정자는 10년간 UNHCR 최고대표를 지내면서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 벌어진 최악의 난민 위기를 다룬 난민 전문가로 꼽힌다. 유엔총회는 조만간 의결 절차를 밟는다.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임기는 5년이다.

“탈북자, 北에 강제 송환 말라” 中 압박한 ‘난민의 아버지’
내년 1월 임기시작 제9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내정된 안토니우 구테헤스 전 포르투갈 총리가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 시절인 2011년 케냐 다답 난민촌으로 이주한 소말리아 난민들을 둘러보고 있다. 난민 전문가인 구테헤스 내정자는 반기문 사무총장에 이어 내년 1월부터 5년 임기를 시작한다. 다답=AP 뉴시스 
71년 유엔 역사상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 탄생 여부에 관심이 쏠리던 제9대 사무총장 선거에서 포르투갈 총리 출신인 안토니우 구테헤스 전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67)가 승자가 됐다.





올 4월 후보들의 2시간짜리 정견 발표로 시작된 7개월간의 레이스에서 구테헤스는 초반부터 풍부한 공직 경험과 리더십, 난민 문제 전문가라는 이력이 높은 평가를 받으며 ‘깨끗한 승자’가 됐다. 거부권이 있는 상임이사국 5개국과 비상임이사국 10개국을 구분해 처음 실시한 5일 6차 예비투표에서도 유일하게 상임이사국의 반대 없이 찬성 13표, ‘의견 없음’ 2표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총장을 한 번도 배출하지 못한 동유럽 출신이어야 한다는 ‘대륙별 순환 불문율’과 ‘이번엔 여성이어야 한다’는 국제 여성단체들의 압력을 불식시킬 만큼 경륜과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테헤스 내정자는 1949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국영 전기회사 직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리스본대 고등기술연구소(IST)에서 물리학과 전기공학을 전공했지만 대학 시절 빈민가에서 봉사 활동을 하면서 사회 현실에 눈을 떴다. 1974년 포르투갈의 50년 군부독재를 타도한 ‘카네이션 혁명’에 참여한 후 1976년 민주적으로 치러진 첫 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1992년 당시 야당이던 사회당의 대표가 됐고 1995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총리로 선출됐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총리 시절인 1998년 낙태 허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낙태 일부 허용이라는 당론에 맞섰다. 결국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자 당내에서 강한 비난을 받았다. 그의 깊은 신앙은 난민에 대한 애정으로 연결돼 2001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최고의 난민 전문가로 거듭나게 했다.

구테헤스는 국제외교 무대에서 인생 2막을 열었다. 2005년부터 10년간 UNHCR 최고대표로 활동하면서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난민 문제 해결에 힘썼다. 그가 ‘난민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다. 최고대표 시절 UNHCR 본부 인력을 3분의 1가량 축소하고 이 인력을 긴급구호 쪽에 배치했다. 또 부유한 선진국이 난민들에게 국경을 열고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3년 방한 당시엔 탈북자들이 북한에 강제 송환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송될 경우 처벌이나 박해를 받을 위험이 커 유엔난민기구 규약에 어긋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구테헤스는 포르투갈어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를 구사한다. 1972년 정신과 의사이던 루이자 멜루와 결혼해 두 자녀를 뒀으나 1988년 사별했다. 3년 후 카타리나 핀투와 재혼했다.

‌그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나는 세계를 위해 봉사하고 유엔헌장 정신에 투철한 사무총장이 되겠다. 사무총장 자리가 어떤 세력이 다른 세력을 반대하는 데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자리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유엔 소식통들은 “미국 등 강대국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을 받아온 반기문 총장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을 기대했던 국제 여성단체들은 그의 선출 소식에 “양성평등 원칙을 훼손한 대재앙이자 여성들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