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한국엔 갑질하는 중년 남성이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0-06 1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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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콜린퍼스
女기숙사 침입 교수, 경비원에게 “넌 개값도 안돼”
‘甲질’ 한달간 1702명 검거-69명 구속

“내가 이 학교 교수인데 여학생 기숙사에 들어온 게 잘못 됐냐. 넌 개 값도 안 돼서 못 때려 ××야.”

1일 오후 11시경 서울 D대학 여학생 기숙사가 욕설로 쩌렁쩌렁 울렸다. 경비원이 여학생 기숙사에 중년 남성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올라가니 김모 교수(59)가 있었습니다. 김 교수는 경비원이 기숙사에 들어온 경위를 묻자 “당장 해고시켜 버리겠다”고 윽박질렀습니다. ‘갑질’을 보다 못한 학생들은 김 교수를 기숙사 문밖으로 내쫓고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  김 교수는 “경비원에게 욕설을 한 것은 맞지만 여학생의 짐을 들어주기 위해 갔다”고 해명했지만 경찰 관계자는 “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마치 인사권이 있는 것처럼 협박하는 것은 직장 내 갑질의 전형적인 형태로 볼 수 있어 수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청은 9월 1일부터 갑질 횡포 근절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12월 9일까지 100일간 갑질 횡포를 특별단속하고 있습니다. 고질적인 병폐인 갑질을 더는 방치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경찰은 9월 한 달간 특별단속으로 1289건을 적발해 1702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69명을 구속했습니다. 하루 평균 56.7명꼴입니다. 갑질 횡포 가해자는 남성(89.6%)이 여성(10.4%)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령대는 50대(29.8%), 40대(27.2%), 30대(18.3%), 60대(12.1%), 20대(8.8%) 순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 지위에 올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4050 아저씨’들의 갑질이 두드러졌습니다.  갑질 횡포는 상하 관계가 분명한 조직에서 더 심했습니다. 부산의 한 식자재 납품업체 대표 김모 씨(41)는 2014년 10월부터 올해 6월 중순까지 일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부하 직원을 괴롭혔습니다. 그는 “이 ××, 일도 제대로 못하네, 당장 사표 쓰고 나가라” “너는 밥 먹을 자격도 없다” 등의 욕을 하는 것도 모자라 수시로 주먹과 손바닥으로 부하를 때렸습니다. ‌‌  한 중년 대학교수는 “성적에 불이익을 주겠다”며 제자를 협박해 3년간 수십 차례 성폭행과 추행을 일삼았습니다. 전형적인 갑질 횡포 가해자 직업군은 사업가, 대기업 직원, 교수, 임원 등 소위 잘나가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영화 ‘킹스맨’에선 중년의 남자 주인공이 ‘Manners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이라고 했지만 한국의 갑질하는 중년 남성은 제멋대로였습니다. ‌‌  지난달 20일 강원 춘천시의 한 휴대전화 매장에 들어온 손님 김모 씨(53)는 막무가내로 담배를 피웠습니다. 종업원이 몇 차례 정중히 “밖에서 흡연하라”고 요청했지만 도리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공중도덕보다 자기가 먼저인 개념 없는 중년 남성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갑질 횡포 피해자 3명 중 1명은 여성이었습니다. 40, 50대 피해자가 많았지만 10, 20대도 적지 않았다. 10, 20대 학생 피해자 150명 가운데 87명이 성범죄 피해까지 당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각 분야에서 갑의 위치에 오른 40, 50대 남성들은 어릴 적부터 입시경쟁을 치르고 군대문화를 겪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사고방식이 위계적, 권위적으로 바뀌어 갑질을 일삼기 쉽다”고 풀이했습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 기자 ·김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