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슌지 감독 "관객이 마음속에 다운로드할 때, 영화는 완성"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0-04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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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슌지 감독은 독특한 미장센과 날카로운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이며 ‘이와이 월드’를 구축했다. 그는 하나의 작품을 영화와 소설로 동시에 선보이는 것을 즐긴다. ‘립반윙클의 신부’ 역시 지난달 소설책으로 출간됐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관객들이 영화를 자기 마음속에 다운로드할 때, 
‌그 영화는 비로소 완성되는 거 아닐까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이와이 슌지 감독(53)은 처음 꺼낸 이야기부터 시적(詩的)이었다. 나카야마 미호의 눈밭 위 명대사 ‘오겐키데스카’로 기억되는 ‘러브레터’(1995년)부터 아오이 유 주연의 ‘하나와 앨리스’(2004년)까지, 서정적인 영화로 국내에서도 두꺼운 팬층을 확보한 그다웠다.

‌이와이 감독이 12년 만에 한국 관객들을 찾았다. 28일 개봉한 ‘립반윙클의 신부’라는 영화를 통해서다. ‘러브레터’에선 ‘편지’가, ‘릴리슈슈의 모든 것’(2001년)에서는 ‘인터넷’이 소재였다면 이번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다뤘다.

그는 “우리는 낯선 이들을 만나면서 살 수밖에 없고, 그 삶을 영화로 그리고 싶었다”며 “만남의 계기를 찾다 보니 편지나 SNS 같은 ‘매체’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립반윙클의 신부’의 주인공 나나미 역의 구로키 하루. 데뷔 5년 만에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여우상을 수상한 스타 배우다. 더쿱 제공
새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는 SNS로 모든 일상을 해결하며 살아가는 주인공 나나미(구로키 하루)가 ‘립반윙클’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인물과 친구가 되면서 진짜 세상을 만난다는 이야기다. 이전 작품들처럼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맑고 밝지만 SNS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담아낸, 꽤 묵직한 영화다.  




이번 영화는 가장 나다운 영화
“이번 영화는 가장 나다운 영화인 것 같아요. 잘 만들어진 골동품 같은 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아요. 대학생 때부터 생생한, 여러 느낌이 혼재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늘 의식하며 살아왔어요. 밝음 속에 어두움이 있는, 풍요로운 색을 담아낸 영화입니다.”

그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다큐멘터리 ‘3·11: 이와이 슌지와 친구들’을 통해 일본 사회의 부조리를 지적하기도 했다.

“솔직히 지진 이전 10년간의 일본은 제게 흥미롭지 않았어요. 안정적이기만 한 사회라 창작자에게 호기심을 일으키지 못했달까요. 하지만 큰 아픔을 겪은 이후의 일본은 불안하고 흔들림이 많은 사회로 완전히 뒤집혔어요. 다시금 일본 그대로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을 때가 온 거죠.”

‘4월 이야기’(2000년), ‘하나와 앨리스’는 일본이 배경인 작품이었지만 사실상 일본의 특징이 드러나지 않도록 ‘무국적’에 가깝게 그려 왔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인터뷰 중간 스마트폰으로 SNS를 확인하거나 영화 스태프가 보내온 이메일을 확인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

‌‘영화 속 SNS에 빠진 나나미처럼 SNS를 열심히 하느냐’는 질문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하긴 하는데, 어디까지나 일과 관련돼서만 한다”며 “(나나미처럼) 열렬히는 안 한다”며 웃었다.

감독은 자신을 각별히 사랑해 준 한국 관객들에 대한 감사도 표했다. 그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아이템도 두 개나 갖고 있는데, 아직 협력자가 없다.”(웃음)며 “항상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한국 팬들이 많이 사랑해 주는데, 늘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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