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때리고 욕하는 소리 들렸다”는 이웃, 한명도 신고안해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10-04 10: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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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한 6세 딸의 시신을 불태워 유기한 양부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3일 경기 포천시의 한 야산에서 유골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양아버지 주모 씨는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미안하다는 것밖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포천=뉴스1
무관심이 부른 또다른 비극, 6세 입양아 암매장
‌‌무관심이 또 비극을 초래했다.

‌ 경기 포천시에서 양부모의 학대를 받다 숨진 A 양(6)은 온몸이 투명 테이프로 묶인 채 17시간이나 아무것도 먹지 못하다 결국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웃 주민들은 평소 양부모의 욕설과 A 양의 울음소리를 듣고 학대를 의심했지만 신고를 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인천에서 발생한 ‘16kg 소녀’ 탈출 사건, 이어 경기 평택시에서 발생한 신원영 군 살해 사건 등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반복되고 있지만 주위의 무관심 속에 비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남동경찰서는 A 양의 양아버지 주모 씨(47)와 양어머니 김모 씨(30), 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임모 씨(19·여)에 대해 살인, 사체 손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일 밝혔다. 주 씨 부부는 지난달 29일 숨진 A 양 시신을 다음 날 집 근처 야산에서 불에 태워 훼손하고 암매장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살해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 “누가 신고만 했다면…”

3일 A 양이 살던 포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 10여 명은 대부분 양부모의 학대 정황을 알고 있었다. A 양 학대와 관련해 주민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또 밤늦은 시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2층 A 양 집에서 나는 학대 소리를 들은 주민들도 있었다. 한 주민은 “밤마다 입에 담지 못할 부부의 욕설이 들려 이웃집 아이가 귀를 막고 잠들었다”며 “부모가 때리는 소리, 욕하는 소리가 다 들렸다”고 전했다. 다른 주민은 “자동차 안에서 김 씨가 A 양을 혼내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했는데, A 양이 엄청 겁에 질린 표정이라 ‘애를 잡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이나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한 주민은 없었다. 한 여성은 “괜히 신고했다가 아동학대가 아니면 곤란해지기 때문에 신고하기 어렵다”며 “이런 일이 생기니 후회스럽고 미안하다”고 했다. 다른 남성은 “아파트에서 마주치면 양아버지가 때릴 기세로 노려봐 알고 지내기 꺼려지는 이웃이었다”고 했다. 일부는 A 양 집에서 나는 소음으로 생활이 불편하다고 아파트 관리실에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어린이집도 A 양이 단 하루만 등원한 뒤 연락이 끊겼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A 양은 6월 28일 김 씨와 함께 해당 어린이집을 찾았다. 김 씨는 이날 등록했지만 A 양은 다음 날부터 나오지 않았다. 어린이집 원장은 “7월 초 부모에게 연락했지만 ‘수족구병에 걸려서 당분간 못 간다’는 답을 들었다”며 “수차례 연락하고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해 퇴원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어린이집은 아동이 무단결석을 하거나 아동학대 사건을 접하면 경찰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A 양이 앞서 다닌 어린이집 등 2곳도 학대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경찰과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신고 의무 문제도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아동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적 책임”이라며 “겨울에 맨발로 다닌다거나 몸에 멍이 보이는 등 아동학대 징후가 있으면 바로 신고하도록 이웃의 보호망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참혹한 학대 정황

 경찰은 A 양의 양부모가 상습적인 학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야산에서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는 여러 부분의 뼛조각이 수거됐다. 이들은 A 양이 식탐이 많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명 테이프로 온몸을 묶은 채 지난달 28일 오후 11시부터 17시간 동안 방치했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양부모는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아이가 숨을 컥컥거렸다. 투명 테이프를 풀고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숨졌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평소에도 A 양에게 벽을 보고 손을 들게 하거나 파리채로 때리고, 테이프로 손과 발을 묶어 놓았다.

 양부모는 시신 유기 다음 날 축제가 열린 인천 소래포구로 이동해 거짓으로 실종 신고를 했다. 김 씨는 지인인 A 양의 친어머니가 2010년 이혼 후 양육할 형편이 되지 않자 2014년 9월 서로 합의한 뒤 법원 허가를 받아 입양했다. A 양의 친어머니는 양부모에게서 “A 양이 실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에 ‘아이를 찾습니다’란 글을 올렸다. 실종 글을 본 사람들이 열심히 글을 퍼 나르며 A 양의 행방을 찾았지만 이미 사망한 뒤였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 ·정지영 /인천=박희제 기자‌‌‌‌★ 그리고...VODA 추천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