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도 진화한다! "심야 세차족" 등장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09-29 14: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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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대학생 등 심야 세차족 급증
어지러운 마음 닦고 스트레스 훨훨… 깨끗해진 車 앞서 인증샷 찍고 ‘끝’
세차장에 카페-바비큐시설도 들어서 


24일 밤 경기 용인시의 한 세차장에 모인 사람들이 각자 부스에 들어가 세차를 하고 있다. 이들은 차를 닦다가도 세차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근황을 물으며 즐거운 모습이었다. 세차장은 이날 저녁부터 붐비기 시작해 다음 날 새벽까지 차량들이 끊이지 않았다. 용인=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차가 아니라 마음을 닦는 거죠. 
‌몰입하다 보면 일종의 무아지경이 온다고나 할까요?
24일 경기 용인시의 한 대형 세차장.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환하게 불 켜진 세차장은 50여 대의 차량으로 북적였습니다. 심야 ‘세차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손전등을 비춰 가며 차 구석구석을 닦고, 덜 닦인 부분은 없는지 세심하게 확인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심야 세차번개’를 통해 모인 이들은 세차가 끝난 뒤 번쩍이는 차량을 사진으로 남기느라 바빴습니다. 이들은 함께 차를 닦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만족감을 느끼는 ‘심야 세차족(族)’입니다. 한때 세차는 고급 차종을 가진 사람들의 이색 취미 정도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취미생활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용인시, 인천 송도 일대의 인기 세차장들은 직장인들의 퇴근시간 무렵인 오후 7시 이후부터 붐비기 시작해 인근 도로까지 세차 대기 차량이 늘어설 정도입니다. 세차 인터넷 동호회인 ‘퍼펙트샤인’에는 16만여 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는데요. 세차장에 모인 차량도 소형차인 마티즈부터 포르셰와 험비 등 외제차까지 다양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에게 세차는 단순히 차를 깨끗하게 씻는, 청소의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3년 전부터 세차에 빠져 세차동호회 ‘디테일샤인’ 운영진을 맡고 있는 김우성 씨(39)는 “세차를 하면 세상살이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어지러운 마음도 깨끗하게 닦인다”며 “회원도 20대 대학생부터 50대 직장인까지 다양하다”고 전했습니다. 김 씨는 이번 주 금요일 밤에도 10여 명이 모이는 세차 모임을 추진 중입니다. 주로 퇴근 후 모여 길게는 3시간 정도, 밤늦게까지 차를 닦는다고 하네요. 이들은 인터넷에서 전국의 셀프 세차장 지도를 만들거나 지역별 세차장의 실시간 상황까지 공유합니다. 동호회 홈페이지에는 ‘힐링 세차’ ‘새벽 감성세차’ 등의 제목이 달려 있는 후기가 계속 게재됩니다. 일주일에 두 번꼴로 세차 모임에 참여한다는 대학생 박진규 씨(23)는 “내게 세차는 도자기를 빚거나 난을 가꾸는 일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의 트렁크에는 다양한 천과 광택제 등 세차 장비가 가득했습니다.  ‌‌대형 세차장들은 이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세차장 안에 카페나 바비큐 장비 같은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데요. 지난해 문을 연 대형 세차공간인 워시홀릭 최유창 이사는 “주말엔 하루 평균 1000여 대의 차량이 찾는다”며 “세차 마니아들이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차를 닦을 수 있도록 세차장 한가운데 디제잉 시설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집단적으로 세차를 하며 정서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현상에 대해 “집 청소와 달리 자동차는 깨끗이 닦고 가꾸는 정성이 타인에게도 그대로 보이기 때문에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며 “혼자서 몇 시간씩 세차를 하면 유별난 사람으로 보이지만 여럿이 하면 평범한 취미활동으로 비쳐 ‘사회적 타당성’을 얻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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