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국카스텐’을 찾아라, 인디는 살아있다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09-28 21: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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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국 인디 음악계는 여전히 용광로처럼 끓고 있다. 펄펄. 올해 각종 신인 음악가 지원 오디션에서 주목을 받은 밴드 ‘로바이페퍼스’와 ‘더 베인’. 상상마당 KT&G 제공
‘로바이페퍼스, 실리카겔, 안다영밴드, 오왠, 익시, 줄리아드림.’ 28일 EBS가 발표한 ‘2016 헬로루키’ 결선(11월 26일) 진출자 명단이다. 외계 암호처럼 낯선 고유명사들. 서울 마포구 일대를 수색하던 에이전트7(임희윤 기자)은 문득 이 별난 단어의 연쇄에 에이전트5(김윤종 기자) 실종의 단서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줄리아는 예쁜 소녀 이름, 익시는 EXID의 유닛(소그룹) 아닐까. 5가 가장 아낀 것이 다름 아닌 걸그룹…!‌‌EBS 이혜진 PD(‘스페이스 공감’ 연출)가 ‘백일몽’에 망치질을 하지 않았다면 에이전트7은 아직 그런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으리라. ‘헬로루키’는 그해 한국에서 나온 인디 음악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신인을 뽑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TV 오디션 자체가 거의 없던 ‘헬로루키’ 초기에는 반짝이는 신인 가운데 사람들을 향해 흘러나가지 못하고 ‘고인 물’의 부피가 컸다는 점도 작용했을 거예요.”(이 PD)  

인디 음악계에서 출발해 대중적인 스타로 거듭난 국카스텐(위)과 장기하. 동아일보DB
이 프로그램은 2008년 국카스텐(대상), 장기하와 얼굴들(인기상)을 배출했다. ‘슈퍼스타K’(2009년) ‘K팝 스타’(2011년)보다도 2년, 4년 앞선 2007년에 시작됐다. “하지만 요즘 인디 음악계에 다양성이 위축되고 디지털 싱글 위주로 활동하는 이들이 늘면서 1시간짜리 공연을 채울 팀 찾기도 힘들어졌죠.”(이 PD)

7은 그와 함께 몇몇 신인 인디 음악가 지원 프로그램 경연 현장을 잠행했다. 지구의 음악이란 가끔 꽤 들을 만하다. 특히 ‘멜× 차트’엔 안 보이는 치명적 개성의 지구인들이 서울 홍익대 인근에 출몰한다는 것을 7은 알고 있었다. 말이 지원 ‘프로그램’이지, TV에는 안 나오는 작은 공연들을 보며 7은 소스라쳤다.

그 감상을 10분의 1만 얘기하자. 로바이페퍼스는 노래 멜로디도 없는 10분짜리 기타-베이스-드럼 연주곡을 ‘쇼미더머니’만큼 자극적으로 표현해낼 줄 아는 괴물이었다. ‘더 베인’(아래)은 지코처럼 생긴 보컬 겸 기타리스트의 절창이 묵직한 록 사운드 사이를 윤도현같이 시원하게 꿰뚫는, 역시 괴수 같은 팀. 안주 메뉴처럼 들리는 ‘삼치와 이기리’는 ‘옥상달빛, 2기 받아라∼’ 할 만한 대중성의 여성 어쿠스틱 팝 듀오였다. 





‌‘아니, 이런 말도 안 되게 매력적인 팀들이….’  

‌인디발(發) 슈퍼스타 탄생이 뜸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 지난해 뜬 혁오? 그 팀은 홍대 출신이라기보다 중국 베이징 인디 음악계에서 온 리더 오혁이 중심이지 않나. 한편 요즘 그룹 ‘볼빨간사춘기’ ‘스탠딩 에그’가 가요 차트 1위에 오르면서 ‘인디가 드디어 살아난다’는 의견이 나오나 했더니 ‘인디마저 달콤하고 상업적인 팝 스타일로 물들고 있다’는 반론이 맞선다.

전문가들을 찾았다. 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는 일단 최근 인디 음악계 지형이 폭발기인 2007, 2008년을 비롯한 다른 해에 비해 결코 부실하지 않다고 말해줬다. “줄리아드림, 이상의날개, 얼스바운드…. 디지털 싱글이 득세하는 시대에 이 팀들은 모두 얼마 전 걸출한 더블앨범(2장짜리 정규음반)을 냈어요. 흐름은 풍성한데 담아낼 호수가 없는 게 지금 인디 쪽 양상이에요.” 

CJ아지트를 운영하는 김철희 대표는 인디 음악과 주류 가요의 접점이 오히려 커졌다는 데 주목했다. “외환위기 후 10년, 청년실업 문제가 불거질 때 장기하가 주목을 받았듯 대략 10년 주기로 인디의 개성적 콘텐츠와 사회 분위기, 대중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곧 이런 현상이 다시 올 것 같은데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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