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값에 쓰고 버리는" 청년 울리는 정부-공공기관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09-21 11: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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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321곳중 76곳은 인턴 뽑지도 않아 
•  퇴직자 재취업 심사 눈가리고 아웅… 89% 통과, 58%는 취업후 뒷북심사
•  퇴직前 재취업해 2년 ‘투잡’ 생활도
•  채용 公기관 62%, 정규직 전환 ‘0’… 4∼6개월 임시직 그쳐 ‘희망고문’
•  321곳중 76곳은 인턴 뽑지도 않아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정부의 퇴직 공무원 중 재취업에 성공한 10명 중 6명은 이미 취업한 뒤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뒷북 심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취업을 희망한 퇴직 공무원 10명 중 9명은 심사를 무사히 통과했다. 반면 대기업은 물론이고 공공기관도 청년인턴을 뽑아 수개월 동안 임시직으로 활용하다 결국 정규직으로 전환시키지 않는 곳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청년실업률과 경력단절, 취업절벽과 고용절벽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 ‘두 밥그릇’ 공무원
경찰청 경위 출신 A 씨는 2007년 11월 국내 대형 회계법인 사원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경찰 퇴직은 2009년 6월에 했다. 599일간 ‘2개의 직장’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국방부 해병 중령 출신 B 씨도 2014년 1월 대기업 비상계획관으로 취업했지만 서류상 퇴직은 333일 뒤인 그해 11월에야 했다. A 씨는 취업한 지 3년 뒤인 2010년 5월에, B 씨는 1년 뒤인 2015년 2월에야 재취업 심사를 받았다. 심사 결과 두 명 모두 취업 가능 통보를 받았다.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입수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 공무원 재취업 심사 결과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5월까지 8년 5개월 동안 총 2771건 중 2464건(88.9%)을 취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 가운데 해당 공무원이 퇴직 5년 전부터 소속했던 부서 업무와 취업 예정 업체 간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본 게 2384건이나 됐다. 취업 제한(270건) 및 불승인(37건) 결정은 307건(11.0%)에 그쳤다.

문제는 이 중 절반이 넘는 1610건(58.1%)의 경우 퇴직 공무원이 이미 취업을 한 뒤에 재취업 심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심지어 A 씨와 같은 공무원 56명은 아예 퇴직도 하기 전에 이미 재취업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퇴직 공무원 재취업 심사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일부 공무원이 자기 밥그릇 챙기는 데 급급한 채 취업준비생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빈 그릇’ 청년인턴
대학생 김모 씨(23)는 평소 국책은행에서 근무하는 게 꿈이었다. 지난해 2월부터 4개월간 월급 130만 원을 받고 IBK기업은행에서 청년인턴으로 활동했다. 탁월한 업무처리 능력으로 은행 선배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그러던 중 김 씨는 다른 공공기관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대학 동기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얘기를 듣고 내심 자신도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은 단 한 명의 청년인턴도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은 채 인턴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상당수 공공기관이 청년인턴 채용을 꺼릴 뿐만 아니라 설령 뽑더라도 4∼6개월 남짓 임시직으로만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공공기관은 10곳 중 4곳도 되지 않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이 이날 기획재정부로부터 입수한 ‘공공기관 청년인턴 정규직 전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21개 공공기관 중 청년인턴을 단 한 명도 뽑지 않은 기관은 한국건설관리공사, 한국체육산업개발 등 총 76개 기관이었다.

또 청년인턴을 채용한 245개 공공기관 중 한국관광공사, 한국동서발전 등 152개 기관(62.0%)은 한 명의 인턴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 245개 기관이 채용한 총 1만3253명의 청년인턴 중 정규직이 된 사람은 4033명(30.4%)이었다. 박 의원은 “청년인턴 정규직 전환 실적을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에 추가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 / 세종=손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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