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남성 시인, 한국문단의 ‘여성혐오’를 폭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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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2016-09-19 14: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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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현(36) 시인이 한국 문단의 여성혐오 행태를 정면으로 공박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발간된 '21세기 문학' 가을호에 기고한 '질문 있습니다'란 제목의 글에서 "어디서 뭘 배웠기에 문단에도 이렇게 XX 새끼들이 많을까요?"라며 남성 문인들의 여성 문인들을 향한 성적 추행과 폭언의 사례들을 열거했습니다. 

술자리에서 남자 시인 1은 여자 시인들을 같은 테이블로 끌고 오라고 남자 후배에게 시켰고, 다른 남자 시인 2는 여자 시인에게 맥주를 따라보라고 명령한 뒤 맥주가 컵에 꽉 차지 않자 자신의 바지 앞섶에 컵을 가져가 오줌 싸는 시늉을 했으며 술에 취하면 여자 시인들에게 '걸레 같은 X', '남자들한테 몸 팔아서 시 쓰는 X'이니 하는 말을 한다. 
또 다른 남자 시인 몇몇은 젊은 여자 후배 시인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성적 선호도 순위를 매길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해당 문인들의 이름을 익명 처리했습니다.

김현 시인은 "문단 사람이라면 대개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우리는 여전히 '잠재적 방관자'"라며 "그런데 문단의 이런 사람들은 왜 아직도 처벌받지 않고 반성하지 않고 여전히, 그곳에, 버젓이 살아남아 가해자로 사는 삶을 이어가고 있을까요?"라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문단의 페미니스트 여러분! 문단에서 벌어진 여성혐오, 범죄 기록물을 '독립적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습니다.

김현 시인은 이 글에서 자신이 ‘여성적’이라는 이유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급우들에게 ‘미스김’으로 불리며 갖은 성추행에 시달렸다는 고백도 했습니다.

이 글이 나오자 다른 젊은 시인들도 공감을 표시하며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로 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문학평론가인 김명인 인하대 교수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문학, 문단 그리고 여성혐오'라는 제목의 글에서 "'문단'이라는 곳에서는 종종 '시민 이하'의 일들이 많이 벌어져 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관대하게 보호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라며 "그러나 이젠 그런 곳을 문단이라고 보호해 줄 어떤 언턱거리도 없다. 문학이 별 게 아닌데 문단이 별천지일 수가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도언 작가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단에 발을 들이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괴감과 수치심이 교차한다”며 “후배시인의 용기에 일단 분명한 지지의사를 밝힌다”고 했습니다. 

‌그는 “저들은 이미 문단 동료들에 의해 경멸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해 있거나 기피하고 무시해야 할 블랙리스트로 공유되고 있다”며 “문화예술판 안에서 우리가 정작 파고들어 적발해야 할 대상은 권위라는 완전무결한 가면을 쓰고 있는 자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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