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보다 100배 좋은 ‘가족여행’ 효과

주간동아
주간동아2016-09-15 2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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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추천 가족여행 명소인 경남 통영 대매물도.
어쩌다 ‘고향까마귀’끼리 만나 3녀1남을 뒀다. ‘둘도 많다’는 가족계획정책의 광풍이 불고 있을 때 우리는 용감하게 셋째를 낳았다. 그런데 아뿔싸, 셋째는 의료보험혜택이 없는 게 아닌가. 딸 셋을 데리고 다닐 때면 ‘아들 보려고 꽤나 노력했네!’ 하는 시선이 절로 느껴졌다. 아이 셋을 둔 집이 드물던 때였다.

그리고 몇 년 뒤 아들을 얻자 사람들의 시선은 ‘드디어 성공했네!’로 바뀌었다. 굳이 설명할 필요까지 없었지만, “태어나고 죽는 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나요?”라는 말로 심경을 대신했다. 승용차 한 대로는 움직이지 못하는 여섯 명이 생활해야 하는 집은 늘 분주했다.



아무리 바빠도 가족여행은 꼭

아내는 전업주부, 남편은 신문기자로 한동안 살았다. 아무리 고향까마귀라지만 살아온 배경이 다르다 보니 싸울 때가 많았다. 한 사람은 새끼들 키우느라, 한 사람은 바른 세상을 만드느라 서로 바쁘게 살면서도 가장 공감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여행이었다. 우리 가족의 공식적인 첫 나들이는 돌이 채 되지 않은 첫째를 데리고 떠난 울릉도 여행이었다. 돌이켜보면 꽤나 열정적인 부부였다.

본격적인 여행은 첫째가 유치원 다닐 때 시작됐다. 유치원에 갈 시간이면 어김없이 배가 아프다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애만 태우다 안동 하회마을로 떠났다. 자가용이 없던 시절이라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 갔던 기억이 새롭다. 하얗게 핀 목련꽃이 아름다워서였는지, 아이의 배앓이가 싹 나았다. 참 희한한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교육여행은 막내가 고등학생이 된 지난해까지 20년간 이어졌다.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참 많이도 다녔다. ‘시험이 끝났으니까’는 기본이고, ‘날씨가 화창하니까’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니까’ 등등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떠났다. 아이들은 경주 미추왕릉에서 미끄럼을 탈 정도였으니 여행지 관리가 제대로 안 되던 시절이었다. 무주구천동 계곡의 차가운 물에서 입술이 파래지도록 놀았고, 망향 바닷가에서는 파도에 휩쓸려 거꾸로 처박혀 눈과 입이 모래범벅이 되기도 했다. 영동고속도로에서 화장실이 급해 시속 140km로 휴게소를 향해 내달리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스무고개, 퀴즈, 사고력 문제, 규칙 찾기, 엉터리 이야기…. 여행길은 늘 시끌벅적했다. 문제를 서로 맞히겠다고 제비새끼처럼 재잘거리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큰 경사는 첫째가 서울대, 둘째가 과학고에 나란히 합격했을 때다. 우리는 뿌듯한 마음에 다시 여행을 나섰고, 단숨에 남해까지 달려가 창선대교에서 낙조를 맞았다. 여섯 명이 승용차에 포개듯 앉아 이동했으니 교통법규 위반. 다행히 경찰 단속에 걸리지는 않았다. 그때 우리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한 여행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내자고 약속했다. 네 아이와 함께한 기록이라면 또래와 부모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교과서 여행에 초점 맞춰

그런 소중한 시간을 거쳐 아이들은 잘 자라줬다. 첫째는 아빠 뒤를 이어 신문기자가 됐고, 둘째와 셋째는 연세대 박사과정과 고려대에 다니고 있다. 흔히 말하는 ‘SKY 가족’이 됐다. 교육여행 결과라고 딱 꼬집어 증명할 수는 없어도 여행이 좋은 자양분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책 ‘SKY가족여행 놀면서 공부하기’는 그때 아내와 한 약속이 10년 만에 이뤄진 결과물이다. 네 아이와 함께한 교육여행 20년의 기록이다. 이왕이면 많은 독자가 볼 수 있게 하려고 ‘교과서 여행’에 초점을 맞췄다. 즉 아이들과 함께한 여행을 초중 교과과정에 맞춰 재구성한 것이다. 먼저 초등학교와 중학교 전 교과서를 분석해 학습에 도움이 되는 항목을 뽑았다. 부제를 ‘사랑이 커지고 공부가 즐거워지는 창의적 교과서여행’으로 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사이 교과과정이 바뀌어 한 번 수고를 해야 했다.

효과적 교육여행을 위해선 몇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게 있다. 다음은 내가 추천하는 팁(tip)이다.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짜지 마라

얼마 전 취재차 제주에 간 첫째가 ‘16년 전 왔던 곳’이라는 문자메시지와 함께 사진을 보내왔다. 호텔 앞에 있는 ‘물 긷는 여인상’이다. 발길이 닿은 곳에 성장과 추억이 어려 있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지식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그런 지식은 인터넷에도 얼마든 떠돌아다닌다. 부모와 자식이 공유할 추억과 사랑의 시간을 즐겨야 한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여행이 진짜 여행이다. 한꺼번에 다 알려주려 하지 마라. 볼 기회는 얼마든 있다.


좋은 자연 풍광을 많이 보여주라

휴대전화, 개인용 컴퓨터(PC)에 찌든 아이는 여간해선 자연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거무튀튀한 땅에서 올라온 화려한 꽃을 보고도 감탄할 줄 모를 만큼 삭막하다. 그런데 여름방학 때 전라도 일대를 돌면서 막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곳으로 보성 녹차밭을 꼽아 놀랐다.

교과서에 연연하지 마라

교과서에 나오는 곳을 미리 둘러보면 학습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 그렇더라도 학교 공부에 너무 연연하지 마라. 세상에 공부 아닌 삶이 어디에 있는가. 언젠가는 다 써먹는다. 제목만 알아도 그게 어딘가.

잘 안 따라다니려는 중학생은?

초등학생 때까지는 엄마 아빠를 잘 따라다니지만 중학생만 돼도 친구가 좋다며 잘 안 따라다닌다. 그럴 때는 친구를 같이 데려가라.

SKY가족여행 놀면서 공부하기

“성장기 부모에 딱” 유홍준 교수도 강추!


‘과외’보다 100배 좋은 ‘가족여행’ 효과
교육여행을 중시하며 세 딸을 이른바 ‘SKY’ 대학에 보낸 부부가 펴낸 ‘SKY가족여행 놀면서 공부하기’는 성장기 아이를 둔 부모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 이 책은 양주 송암천문대, 중미산 자연휴양림 등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고 중요한 여행지인 8곳을 소개하면서 교과서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학습능력을 키워주려고 해당 여행지가 교과서 어느 단원과 관련 있는지는 물론, 그것과 연계된 창의적인 체험활동도 함께 소개한다. 엄마 아빠와 함께할 만한 체험활동을 제시함으로써 교과서 여행 가이드가 되게 했다.

단순한 정보만 전달하는 기존 여행기와 달리, 출발부터 도착까지 전 여정에 걸쳐 가족 간 따뜻한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공부를 둘러싼 갈등과 소통 단절의 벽을 낮추기 위해서다. 소소한 일상에서 우주에 이르기까지 묻고, 답하고, 나누는 스토리텔링을 잘 담았다.

사람 됨됨이에 관한 이야기는 아이에게 자칫 잔소리로 들릴 여지가 있다. 그래서 여행할 때도 엄마 아빠가 드러내놓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은 그런 부모 마음을 담아 삶의 가치, 부모의 기대, 가족, 꿈 등에 관한 이야기를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도록 유도한다. 밝고 긍정적이며 자기주도적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도와주는 것이다.

각 여행지 끝에는 같은 주제로 나들이할 수 있는 ‘전국의 가볼 만한 여행지’를 소개함으로써 여행지 선택폭도 넓혔다. 이를테면 ‘우주의 신비 나들이’란 주제로 양주 송암천문대를 탐방한 뒤 전국 주요 천문대를 간단히 소개하는 식이다. 해당 여행지에서 함께 둘러보면 좋은 곳도 ‘인근 가볼 만한 명소’로 소개하고 있다.


양영채 ㈔우리글진흥원 사무총장 prnar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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