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의사 34년... 마음이 이끄는 대로 결정하세요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09-12 12:18:46
공유하기 닫기
너무 좋은 직장을 찾지 말라
물리치료실을 찾아 환자들의 회복상태 등을 물어보고 있는 김인권 명예원장. 그는 애양병원에서만 4만 건이 넘는 수술을 했다. 수술을 빨리, 깔끔하게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 그 요령을 묻자 “아무리 바보라도 오래하면 노하우가 생기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여수=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29일 서울대 학위수여식에서 김인권 전남 여수 애양병원 명예원장은 “너무 좋은 직장을 찾지 말라”는 뜻밖의 축사를 했습니다. 앞길 창창한 후배들에게 들려준 얘기는 자신의 인생 경험에서 우러난 진심 어린 충고였기에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한국 사회에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그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77년 소록도병원으로 갔습니다. 전문의 시험 자격을 얻기 위한 의무규정을 채우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자신을 꼭 필요로 하는 곳에 있고 싶어 그 뒤에도 소록도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1983년부터 한센병 전문 애양병원의 터줏대감으로 눌러앉는 바람에 서울대병원의 교수직 제의도 뿌리쳤다고 합니다. 그런 선택을 했던 이유를 그는 “이 선택을 나 자신이 했고,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라며 “마음이 이끄는 대로 결정하라”라고 말합니다.




‌미국 신문은 해마다 대학 졸업식의 명연설을 소개합니다. 올해 주목받은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연설은 서울대 축사와도 맥이 통합니다.
‌ “삶은 여러분이 공들여 짜놓은 계획을 종이파쇄기에 밀어 넣는다. 내가 꿈꾸던 직업을 결코 얻지 못할 수도 있고, 만약 꿈꾸던 직업을 얻는다 해도 악몽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앙처럼 보이는 일이 기회가 될 수 있다. 내가 세운 인생계획이 들어맞지 않는다고 성급하게 ‘기회’를 차버리지 말라.”


‌한국이나 미국이나 대졸자도 취업 고민을 놓지 못하는 슬픈 현실에서 배부른 조언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나옵니다. 그러나 진부해 보여도 그 속에는 삶의 진실이 응축돼 있습니다. 

‘해리포터’ 작가 조앤 K 롤링. 동아일보DB
2008년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해리 포터’ 작가 조앤 롤링은 말했습니다. 
‌“두려워했던 실패가 현실이 되니 오히려 자유로워졌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인생은 성취한 일의 목록이 아니라는 걸 깨달으면 행복해진다’는 것을 내게 말해주고 싶다.” 그러니 불확실한 미래 앞에 고민하는 젊은이들은 믿어야 한다. 자랑스럽지 않은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소중히 돌아볼 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 그리고... VODA 추천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