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도 패럴림픽 2연패 남편, 금빛 프러포즈의 순간

동아일보
동아일보2016-09-12 11: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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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야, 봤지?” 시각장애 유도 선수 최광근(오른쪽)이 1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경기장3에서 열린 리우 패럴림픽 시각장애 유도 남자 100kg급 결승전에서 브라질의 안토니우 테나리우를 한판승으로 제압한 뒤 포효하고 있다. 최광근은 2012년에 이어 패럴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시각장애 100kg급 최광근, 한국 유도 패럴림픽 첫 2연패
남녀는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남자는 시각장애 유도 100kg급에서 우승했고 여자는 대한장애인체육회의 국제 업무 담당 직원으로 현지에서 선수들을 지원했었습니다.


‌남자 최광근(29·수원시청)은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여자 권혜진 씨(37·장애인체육회 대리)를 계속 만날 방법을 궁리하다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권 씨는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지만 나이 차가 워낙 커 남자로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기억했습니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권 씨는 영어와 일본어에도 능통한 재원이죠.


권 씨는 2013년 이천장애인종합훈련원에서 파견 근무를 했습니다. 그곳에서 대표팀 합숙훈련을 하던 최광근과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일이 늘었습니다. 권 씨의 생각은 바뀌기 시작했고 둘은 그해 말부터 연인 사이가 됐습니다. 결혼 얘기가 나왔을 때 주위에서는 장애와 나이 차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고 합니다. 권 씨는 “예의 바르고 꿈이 많다. 가족의 밥그릇은 확실히 챙길 사람”이라며 부모님과 주변을 설득했습니다.   


‌2015년 1월 둘은 결혼에 성공했지만 제대로 된 프러포즈도, 결혼반지도 없었습니다. 남편이 결혼반지를 맞추지 못한 것을 마음에 걸려 할 때마다 권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왕 늦은 거 리우에서 금메달을 따면 그때 프러포즈와 같이 해줘. 은메달 따면 평생 은반지 끼고 살 거니까 열심히 훈련해. 약속할 수 있지?”

그리고 약속을 지킨 남편 최광근의 금메달 프러포즈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시각장애 유도 남자 100kg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최광근이 경기를 마치고 아내 권혜진 씨와 포옹을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사진공동취재단
‌남편은 약속을 지켰습니다. 최광근은 11일 열린 100kg급 결승에서 경기장을 가득 메운 안방 팬들의 응원 속에 출전한 안토니우 테나리우(브라질)를 1분 31초 만에 발뒤축후리기 한판승으로 꺾었습니다. 한국 유도의 패럴림픽 첫 2연패였습니다.


‌남편은 “내가 많이 부족한데 결혼해 줘서 고맙다”라며 아내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습니다. 펑펑 울던 아내의 얼굴에 어느새 미소가 번졌습니다. 늦었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금메달 프러포즈’였습니다. 권 씨는 “남편이 정말 자랑스럽다. 아들에게도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운전을 내가 도맡아 해야 된다는 것을 빼놓고는 살면서 불편한 점은 못 느꼈다. 한국에 돌아가면 결혼반지를 골라봐야겠다”며 웃었습니다. 



아들의 살을 빼려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초등학교 5학년 때 유도 시작
강릉 주문진고교 2학년 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그는 그해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3학년 선배와 연습 경기를 하다 왼쪽 눈을 크게 다쳤다고 합니다. 어머니 김숙희 씨(52)는 유도를 시킨 것을 후회했습니다. ‘망막 박리’ 판정을 받은 그에게 의사는 유도를 당장 그만두라고 했지만 최광근은 혼자 방에 틀어박혀 울면서도 다시 도복을 입었습니다. 장애인 비장애인 대회에 모두 출전하기 시작한 고교 3학년 때는 비장애인 대회에서도 우승을 했고 한국체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습니다. 왼쪽 눈이 나빠지자 오른쪽 눈도 점차 나빠졌지만 시각장애 유도를 시작한 뒤로는 곧바로 국내 최강자가 됐습니다.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에서도 대회 2연패를 달성했죠.  


‌최광근은 런던 패럴림픽에서 우승한 뒤 “엄마, 빨리 나아. 나 금메달 땄어”라며 큰 소리로 우승 소감을 밝혔습니다. 어려운 형편에 혼자서 어렵게 아들을 키운 김 씨는 당시 림프샘결핵으로 투병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우리 며느리가 바쁜데도 나를 너무 잘 챙겨준다. 리우에서도 매일 전화로 광근이의 일정을 ‘보고’했다. 이제는 몸도 아프지 않고 행복하다. 광근이가 유도를 그만두지 않기를 잘했다”며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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